내 여행의 신스틸러 고양이

by 호접몽


여행할 때 계획대로 흘러가는 것을 좋아한다. 이왕이면 모든 게 좋아야 한다. 날씨도 적당하게 맑아야 기분이 상쾌하고, 사람들이 너무 붐비지 않고 적당하게 분포해있어야 하며, 계획을 세운 대로 술술 진행되어야 마음이 편안하다. 그렇긴 하다. 하지만 그냥 내 기분 좋자고 계획 그대로 진행되는 여행은 매력이 없다. 오히려 내 기억에 강하게 남는 것은 여행 중 예상외의 기억이다.



인도 코발람에는 카타칼리 댄스가 유명한데 모처럼 마음먹고 관람을 하려고 했더니 분장사가 파업을 해서 완성도가 상당히 떨어지는 공연을 보았다거나, 적어도 기차가 몇 시간에서 몇십 시간은 연착이 되었다가 겨우겨우 목적지로 향할 수 있어서 그나마 그것이 행운이라고 생각되어 안도했던 기억이라거나, 이탈리아에서 기차를 잘못 타서 엉뚱한 곳에 가게 되었던 기억 등등 순탄했던 여행보다 오히려 길고 질기게 기억에 남는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역시 '고양이'다. 고양이는 내 여행의 신스틸러다. 그곳에 고양이만 있으면 그냥 최고다! 여행지에 대한 유명세, 기억, 그곳까지 가는 과정 등등 그 모든 기억은 고양이가 덮어버린다. 강렬하고 푸근하고 몽글몽글한 기억이다.



인도 함피에서 음식점에 갔는데 고양이들만 보였던 기억이 난다. 아기 고양이들이 햇살을 쪼이며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우유 그릇을 놓아두고 고양이들 식사하라고 챙겨주는 마음 씀씀이가 훈훈했고, 햇살 쬐는 아기 고양이들이 올망졸망 내 눈길을 사로잡아서, 그곳에서 무엇을 먹었는지 그곳 분위기는 어땠는지 싹 잊어버리고 고양이만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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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는 길고양이가 갑자기 나타나서 엄마에게 와서는 부비부비 하고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어쩌지 못하고 그저 쳐다보고 있는데, 그새에 점점 구경꾼들이 늘고 있었다. 사람들이 둥글게 둘러싸고는 미소 지으며 쳐다보기도 하고 사진도 찍고 길거리 공연을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다람쥐 문양의 고양이인데 그때 역시 고양이가 내 마음을 사로잡아서, 어디에 가려고 그 길을 지나갔는지 그 이후에 어디를 갔는지 까맣게 잊어버렸고 고양이를 만난 그 장면만 클로즈업되어 기억에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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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코발람에서의 일이 떠오른다. 몸과 마음이 다 지쳤을 때 며칠이나마 아유르베다 리조트에 머무르며 요가를 비롯해 힐링을 하던 때였다. 요가를 하기 위해 문을 열고 나갔는데 문 앞에 하얀 고양이가 야옹거리며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고양이와 놀고 싶지만 예정된 시간에 요가를 하러 가야 하니 어쩐다? 결국 고양이를 설득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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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고양이를 바라보며 말을 건네셨다. "하얀 고양아, 우리 지금 요가하러 갈 건데 어쩌지? 끝날 때까지 거기 앉아서 기다리고 있으면 우유 얻어다 줄게." 요가 시간 내내 집중하지 못하고 고양이 생각만 가득했고, 수업 후 부랴부랴 돌아왔을 때 문 앞에 얌전히 앉아있는 고양이 발견!



약속대로 식사시간이 아니지만 식당에 가서 설득해서 우유를 얻어다가 갖다 주니 고양이는 맛있게 먹었고, 그 후로도 자꾸 문 앞에 나타나 눈빛을 보냈다. 열심히 우유 동냥해가며 고양이에게 가져다주었고, 신기하게도 그곳에 있을 때에 몸과 마음이 회복된 것은 고양이 덕분이 아니었나 짐작해본다. 지금도 생각해 보면 여행 중의 특별한 기억은 역시 '고양이'다. 다음 여행에도 우연히 고양이를 만나는 행운을 누릴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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