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신기루, 오아시스

by 호접몽


예전에 제주 올레길을 걸을 때였다. 햇볕 쨍쨍 쬐는 날 하루 종일 걸어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 타는 갈증과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데에서 오는 무기력감 말이다. 준비해 간 물은 진작 다 마셔버렸고, 아직 가야 할 길은 많이 남아있었다. 풍경 자체는 정말 좋은데 고갈되는 체력과 배고픔에 정신줄을 놓을 뻔했다. 아직 한참을 더 걸어야 끝이 보이는 상황이었다.



그렇게 터덜터덜 걸어가다가 나는 보았다. 저 멀리 음식점 간판이 보였다. 횟집인 듯도 했다. 발걸음이 빨라졌다. 저기까지만 가면 에어컨 나오는 음식점 혹은 횟집에서 밥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니 몸도 가뿐해진 듯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 하지만 그곳이 가까워올수록 알게 되었다. 이 위치에 음식점이나 횟집이 있을 수 있겠냐는 그런 것 말이다. 분명 헛것을 본 것이다.



그랬다. 거기에는 횟집이 없었다. 거기는 그냥 파란 지붕의 창고일 뿐이었다. 그랬으니 이렇게 글을 쓰는 소재가 되긴 한 거다. 정말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찌나 허무했는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생각했다. 이게 사막에서라고 치면 신기루, 뭐 그런 거 아니겠는가, 하고 말이다.



사실 '사막' 하면 가도 가도 끝없는, 몸 안의 수분이 다 말라가는 그런 곳에 간 적은 없다. 사막에서의 생고생을 감당할 만큼의 체력도 되지 않고, 일부러 무언가 더 힘들고 거창할 듯한 사하라 사막 같은 곳에 가고 싶지는 않다. 인도에서 자이살메르에서 사막 체험한 것이 내가 알고 있는 사막이다. 1박 2일 낙타 사파리를 떠난 것인데, 그걸로도 나에게는 충분한 경험이 되었다.



기차를 타고 인도 서부의 자이살메르로 가면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호객꾼들을 만나게 된다. 사실 숙소 비용보다는 사막 낙타 사파리로 얻는 수익이 쏠쏠해서일 것이다. 숙소마다 사막 사파리 코스를 갖추고 있으니, 대부분 숙소를 정하면 그곳에서 진행하는 사막 사파리를 선택한다. 그러니 기차역부터 격렬한 호객행위가 시작되는 것이다.



계약을 할 때에는 되도록 상세하게 정해야 한다. 물은 몇 병이 제공되는지 식사는 무엇을 언제 어떻게 주는지, 사막 모래에서 잠을 잘 때 이불은 얼마나 제공되는지 등등 놓치는 것 없이 상세하게 타협을 보아야 한다. 인도에서는 되도록 기록에 남겨야 한다. 나중에 말이 바뀔 수 있으니 말이다. 그 내용이 일 인분인지, 전체 통틀어서인지 그런 것도 체크해야 한다. 여차하면 곤란할 수 있다.



낙타를 타고 가는 것은 언뜻 생각해 보면 낭만적일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30분이면 충분했다. 그 이후에는 지겹고 힘든 시간이 계속된다. 사막 사파리 중에서 지프 타고 가서 별 보고 1박 하고 오는 코스가 있는데, 그게 왜 있는지 알 듯했다. 그래도 내 인생에서 별똥별이 그렇게 가까이서 많이 떨어지는 장면은 그곳이어서 가능했으니 그 장면만으로도 본전은 충분히 뽑은 여행이다.



'사막'하니 사막에서 배우는 인생철학을 들려주는 책 『울고 싶을 땐 사하라로 떠나라』가 떠오른다. '날 것 그대로의 인생, 자신의 본질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사하라'라고 말하는 데에서 호기심이 생겼고, 당연히 여행 서적일 줄 알았는데 자기 계발서라는 점에서 더욱 궁금했던 책이다.




사하라 사막 레이스는 지구 상에서 가장 뜨거운 사막에서 펼치는 서바이벌 마라톤 대회다. 이 대회가 서바이벌 대회인 이유는 모든 참가자들이 1주일간 먹을 음식과 각종 장비는 물론 침낭을 배낭에 메고 외부의 지원 없이, 총 6개 구간 250km를 6박 7일에 걸쳐 달리게 되는 '지옥의 레이스'이기 때문이다. (정확히 말하면 5박 7일. 무박으로 80km 레이스를 펼치는 마지막 전날)

『울고 싶을 땐 사하라로 떠나라』 34쪽




'사하라 사막 레이스'를 상상만 해봐도 참여 안 하고 싶은 극한의 대회다. 저거 해내면 스스로 정말 뿌듯하고 살아가면서 뭐든 해낼 것 같지만, 굳이 해내고 싶지는 않은 극한 상황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충분히 간접경험을 하고 배울 수 있는 법이다. 친절하게 알려주는 '세계의 사막을 달리며 배운 6가지 인생 지혜'는 직접 사막 레이스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책을 통해 배우게 되는 인생의 지혜다.







세계의 사막을 달리며 배운 6가지 인생 지혜

1. 인생에서 어려운 순간을 만나면 보폭을 줄여라
2. 오아시스를 만나면 무조건 쉬어가라
3. 모래에 발이 빠지면 힘을 빼고 부드럽게 밀고 나가라
4. 남을 의식하지 말고 자신의 페이스 대로 달려라
5. 식량을 버리면 더 멀리 더 빨리 갈 수 있다
6.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의 거리는 다르니 힘을 아껴라

『울고 싶을 땐 사하라로 떠나라』 중에서




우리의 인생도 그렇다. 예상할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오아시스를 만나면 일단 무조건 쉬어가야 한다. 근심 걱정 고민까지도 벗어놓고 일단 쉬어야 한다. 그래야 나아갈 힘이 생긴다. 또한 '눈에 보이는 것과 실제의 거리는 다르니 힘을 아껴라'라는 말이 와 닿는다. '고지가 바로 저긴데'라며 박차를 가하다가 의외로 '바로 저기'가 아닐 수 있으니 힘 조절을 해야 한다. 특히 신기루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의 좌절감을 잘 극복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사하라 사막에 눈이 쌓였다는 뉴스를 보았다. 낙타가 어리둥절했다나. 요즘은 사람들의 일은 물론 자연까지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어떻게 살아갈지 알 듯도 하다가 전혀 모르겠다고 생각되는 것은 이런 일이 불쑥 생기기 때문일 것이다. 오늘은 무언가 헛것을 보았던 언젠가의 기억부터 사막, 그리고 인생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가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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