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인도에서 인도 친구가 질문을 했다. "한국인들은 아침에 뭐 먹어?" 곁에 있던 친구가 대답했다. "아침에는 토스트에 우유 먹고 어쩌고저쩌고…." 속으로 '엥? 아닌데. 나는 아침에 밥 먹는데, 빵 안 먹는데….'라고 생각만 하고 조용히 있었던 기억이 난다. 그 둘이 친하고 나는 곁다리로 있던 사람이었으니 나서기가 싫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친구는 자신을 기준으로 이야기한 것이니 어쩌겠는가. 그때 일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불쑥 떠올랐다. 원래 같은 한국인이어도 제각각 다양하게 식사를 한다는 이야기로 풀어가고 싶었는데, 먼저 생각은 '빵'에 대한 것으로 이어진다.
문득 『빵의 지구사』에 나온 '한국 빵의 역사는'이라는 특집이 떠올랐다. 그 책은 윌리엄 루벨의 저서이지만 한국편은 감수자 주영하의 글이다. 1927년 7월 5일자에 '빵 제조법'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조선인이 처음 접한 '서양떡', 식민지 조선에서 빵의 확산 등 빵의 역사를 훑어보게 된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연히 지금의 빵과 이전의 빵은 달랐을 것이다. 음식은 그렇게 진화를 하며 이 땅에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맞추어 변화하니, 우리는 같은 듯 다른 음식을 먹으며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도 하루에 보통 세 끼 식사를 하지만 사람마다 제각각 다른 것을 먹고산다. 흰쌀밥부터 현미밥, 통곡물밥 등 기본적인 '밥'부터 각종 '빵'이나 '면'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반찬은 정말 가지가지다. 간도 다 다르고,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뭉뚱그려 같은 음식으로 생각하는 음식들의 현재 모습도 다양하지만, 시야를 과거로 돌리면 그것은 더욱 예상하기 힘들다. 한국음식으로 널리 알려진 '비빔밥'의 옛모습은 어떨까? 1890년대에 필사된 한글 조리서 『시의전서, 음식방문』에서는 제목을 한자로 '골동반', 한글로는 '부븸밥'이라고 적었다고 한다.
밥을 정히 짓고 고기 저며 볶아 넣고 간랍 부쳐 써흐러 넣어 각색 나무쇠 볶아 넣고 좋은 다시마 튀각 부숴 넣고 고추가로 깨소곰 기름 많이 넣고 뷔비여 그릇에 담아 우희난 잡탕거리처럼 계란 부쳐 골패쪽만치 써흐러 얹고 완자는 고기 곱게 다져 잘재워 구슬만치 부뷔여 밀가로 약간 무쳐 계란 재워 부쳐 얹나니라. 부뷤밥 상에 장국을 잡탕국으로 하여 놓나니라.
『시의전서, 음식방문』 '부븸밥'
『식탁 위의 한국사』 중에서
옛날의 비빔밥이 그런 모습만 있는 것은 아니다. 『조선요리제법』에 나온 조리법 역시 조금 다르고, 육회비빔밥은 1929년 12월 1일자 『별건곤』 제24호에 실린 글에서 육회비빔밥에 대한 언급을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가정에서 식당으로 옮겨온 비빔밥은 주방장이 아닌 손님이 직접 비비는 방식으로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 간을 맞추는 조미료로 고추장이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에 대해 생각해 볼까. 『하루 한입 세계사』에 보면 케첩이라는 말이 중국 남부와 동남아시아 일대에서 쓰는 언어인 민난 어에서 생겨났다는 점, 생일에 케이크를 자르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는 생일 케이크 풍습은 19세기 중반 이후에야 유럽 국가에 널리 퍼졌고 생일 문화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생일 축하 노래는 1893년 미국 켄터키 주의 한 유치원에서 만든 노래였고, 그것도 처음에는 생일 축하 노래가 아니었으며 1912년에야 가사가 만들어졌다고 한다.
다른 나라의 음식도 마찬가지로 그 나라에서는 '그 음식'을 먹는다고 하더라도, 언제부터였는지 생각해 보면 의외로 얼마 되지 않은 경우도 있을 것이고, 그 나라 전통 음식이라고 생각했지만 의외로 현대에 와서 변화했거나 엉뚱한 곳에서 전해진 퓨전 음식도 있을 것이다. 사람 입맛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지만 길게 놓고 보면 몇 세대에 걸쳐 꾸준히 변화하고 있을 것이다.
문득 오늘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고민이다. 건강에도 좋고 맛도 좋으면서 준비하는 데에 시간도 얼마 들지 않고 다 먹고 나서 치우기에 부담도 없는 그런 음식을 찾는다면, 산 좋고 물 좋고 정자 좋은 곳 찾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일까. 혹시 그런 음식을 알고 계신다면 저에게도 알려주십사 부탁드리며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