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에 투영된 세상

by 호접몽


김진명 작가의 온라인 북토크를 보다가 문득 이 말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엄밀히 말하면 객관적 팩트란 없다'는 것 말이다. 즉 누구나 수긍하는 객관적인 팩트는 없다는 것이다. 인간의 삶이란 자기가 살아온 풍토와 연관이 되어 있으니 인간 존재는 객관적 실체가 아니며, 역사도 역사를 기술하는 사람의 내면이 들어가야 성립이 되는 것이니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행에 대해서도 그렇다. 있는 사실 그대로 적어 내려 간다고 해도 절대 객관적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내 마음이 투영된 세상이니 말이다. 이미 거기에서 객관성을 잃는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 점이 오히려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이다. 그 사람의 내면을 거쳐 풀어내는 이야기이기에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는 세계적인 신경과학자 보 로토의 저서다. '눈을 떴을 때,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의 모습은 실제 모습 그대로일까? 우리는 과연 실재를 볼까?'라는 질문에 신경과학이 그 답을 알려주는 책이다. 이 책에 보면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는데, 우리 뇌가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언급한다.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경험하지 못하는데, 우리 뇌가 그렇게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일종의 역설이다. 뇌는 우리가 지각하는 것이 객관적 실재라는 인상을 주지만, 지각을 가능케하는 감각 과정은 실제로는 우리를 실재에 직접 접근하지 못하게 막는다. 사실, 신경 연결의 수라는 측면에서 보면, 우리 뇌가 사용하는 정보 중 눈에서 오는 것은 1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뇌의 다른 부분들에서 오는데, 이 나머지 90%가 바로 이 책에서 주로 살펴보려고 하는 부분이다. 우리는 지각신경과학을 사용해 우리가 왜 실재를 제대로 지각하지 못하는지 살펴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9~10쪽





이 책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다음 문장이다.



사람의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답을 들으면 여러분은 깜짝 놀랄지 모르겠다.) 그 답은 바로 우리는 망상에 자주 사로잡힌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의심한다』 167쪽




망상의 힘은 우리에게 상상을 하게 만들고, 정말로 놀라운 것은 상상을 통해 우리가 실제로 자신의 신경세포(그리고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고, 따라서 지각적 행동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요즘 매일 여행을 생각하다 보니 가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온다. 여행을 하지 못하는 현실이 힘들다기보다는 망상에 자주 사로잡히는 뇌 덕분에 매일 여행하는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으니 설레기까지 한다. 관점을 바꾸고 생각을 달리하는 것 자체가 마음을 새롭게 하는 일이니 내일은 또 어떤 여행을 꺼내 들지 나 또한 기대된다. 아주 조금씩 야금야금 꺼내 들고 있으니 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런저런 생각들을 거쳐 이 문장을 바라보면 예전과는 다르게 다가온다.


유일한 진짜 발견 여행은……
다른 눈을 가지는 것,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우주를 바라보는 것.
-마르셀 프루스트



문득 매일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여행 이야기를 통해 내가 바라보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우주가 달라진 느낌이다. 나는 여행의 순서대로 시간을 담은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을 클로즈업하기도 하고 잘라내고 붙여가며 나만의 여행 이야기를 채워나가고 있다. 이 과정이 결국 내 뇌 속에 기억들을 편집해서 새로이 엮어내는 일이어서 재미있기도 하고 설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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