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할 때 어디에 가고 싶은가.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건축물도 보고, 그 나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맛집에도 가본다. 시장, 도서관, 기차역에 들러 열정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힘을 얻기도 한다. 그러면 여행지는 어디가 좋을까? 거기에 가면 어디 가보는 게 좋을까? 생각해 보면 그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고풍스러운 곳이 좋다. 우리나라의 고궁 같은 곳 말이다.
외국인 친구들이 한국에 온다고 할 때, 가보고 싶은 곳이 어디냐고 물어보면 대부분 그런 곳을 먼저 이야기했다. 하긴 여행을 하기 위해 한정된 시간 안에서 '한국 갔다 왔다'라고 자랑하자면 그중에서도 '한국적인 곳'에는 꼭 가보고 싶을 것이다. 그들이 가보고 싶다고 한 곳이 바로 그런 한국적인 곳이었다. 만약 입장 바꿔서 내가 한국에 오는 외국 친구에게 가보기를 권하고 싶은 곳이 있다면 그곳도 마찬가지로 고궁, 인사동, 뭐 그런 한국적인 곳일 테다. 우리만의 역사와 문화가 흐르는 곳을 권할 것이다.
고궁이나 민속촌에 가면 '관광지'라는 분위기가 제대로 난다. 그래도 여행을 하면 관광객들 많은 관광지에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인사동에 가면 스타벅스는 한국어로 '스.타.벅.스'라고 쓰인 간판을 붙이고 있고, 그곳에서 유명한 먹거리도 눈에 띈다. 수타 짜장도 먹고 싶고, 수만 갈래의 꿀타래도 눈을 즐겁게 해준다. 천천히 걸어 다니며 서울을 제대로 탐험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복을 대여해서 입고 다니며 기억에 남는 여행을 할 수 있으니 그 또한 여행의 추억이 될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외국에 가도 그 나라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접하고 싶다. 얼핏 떠올려보자면 대만의 쥬펀, 일본의 아사쿠사 같은 곳 말이다. 그냥 생각해 봐도 거기는 그 나라의 대표 여행지처럼 여겨지는 그런 곳이다. '한국' 하면 '고궁', '한복' 같은 분위기가 떠오르는 것처럼 말이다.
사실 어떤 나라에 가든 그 나라에서 내세우는 관광지에 한 번 가보는 것이 좋다. 관광청 안내자료 팸플릿이나 여행 지도 같은 것을 얻어서 살펴보는 것도 괜찮다. 인도 여행을 할 때, 처음에는 인도대사관에서 나눠주었던 자료에 있는 곳에 다녀보았고, 그다음에는 그냥 나름대로 여정을 짜서 다니기도 했지만, 만약 누군가가 대표적인 인도 여행지를 묻는다면 그 자료가 제일 무난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걸 기본으로 해서 살을 붙이는 것이다.
비행기를 탑승하면 안내 책자가 있는데, 거기에 나온 여행 정보도 괜찮다. 그 나라의 매력을 뽐내려고 애쓴 흔적이 느껴진다. 아참, 기내식도 그 나라 음식을 처음 접하는 건데, 인도 음식의 경우 기내식 음식에 적응할 수 있다면 실제 인도 음식은 다 견뎌낼 수 있다. 그만큼 기내식이 향이 강하고 버겁다. 향이 너무 강해서 먹기 힘들다면 요구르트를 넣어 비벼 먹으면 먹을 만하다는 것이 나름의 노하우다.
어쨌든 기내식을 다 먹고 차까지 한 잔 마시고 나면 부담 없이 슬슬 넘기고 싶은 것이 좌석 앞주머니에 있는 두 권의 책이다. 하나는 면세품, 하나는 그 나라 여행 정보를 담은 잡지 같은 책자다. 약간 연출된 듯한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나도 가고 싶다', '나도 보고 싶다'라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독자의 마음을 끌어들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문득 지금 같은 시기에 여행기도 많이 읽고 여행 사진도 많이 봐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세월이 좀 더 지나서, 어느 날 문득, 예전처럼 이동에 아무런 어려움이 없는 그런 시절이 온다면, 그동안 봐뒀던 여행지 중에 마음이 끌리는 대로 티켓 충동구매하고 짐을 싸서 떠날 수 있을 것이다. 그때를 위해 지금은 여행의 추억도 정리해두고 다음 여행의 계획도 세워본다. 거기에 가면 어디 가면 좋을지도 생각해 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