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잊고 있던 그곳 생각

by 호접몽


언젠가 사는 게 정말 힘들어서 버겁다는 생각이 들 때 남인도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이렇게 살다가는 에너지가 방전되어버릴 것만 같은 때였다. 어쩌면 2주간의 시간으로 모자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떠난 여행이다. 하지만 내 몸과 마음이 회복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그냥 단 이틀의 시간과 여유 만으로도 충분히 활력을 얻었다.



그곳에서 야자수 밑에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요가를 하던 때에 나는 결심했다. 이 마음을 잊지 말자고 말이다. 언제든 다시 삶이 힘들 때가 온다면 이 장면을 떠올리자고! 평화롭게 요가하며 몸과 마음을 회복했던 이 마음을 잊지 말자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하지만 살다 보니 그 기억, 당연하겠지만 희미해졌다. 떠올린다고 그렇게까지 생생하게 떠오르지는 않는다. 그런 때가 있었는지 아득해진다.



그곳에는 독일인들이 주로 많이들 와서 바닷가에서 선탠도 하고, 아유르베다와 요가로 힐링을 하며 휴가를 보냈다. 요가 선생님이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독일 사람들은 바쁘다면서 텔레비전을 몇 시간씩 보고 그러면서, 운동할 시간은 없다고 한다는 것이다. 뜨끔했다. 몸을 생각한다면서 운동할 시간은 없고, 텔레비전 보고 있을 거면서 몸을 위해 잠깐 시간 내는 것도 힘들다고 하니, 적어도 '시간 없다'라는 핑계는 대지 않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시간 없다는 것은 정말 핑계다. 시간 없어서 못하겠다는 것은 그냥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룬다는 소리이니 그러려니 한다. 나를 잃을 정도로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싶지는 않았는데, 요 며칠 그렇게 지내고 보니 나 자신에게 조금 미안하다. 아니, 많이 미안하다. 특히 눈을 혹사했다.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그렇게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요가 시간에 꼭 하던 운동이 떠오른다. 바로 눈 운동이다. "왼쪽 코너 위로~ 오른쪽 코너 아래로~!" 몸은 움직이지 말고 눈동자만 움직이며 모두들 따라 했다. "시계를 쳐다보는 것처럼! 12시, 3시, 6시, 9시…!" 요가 선생님은 그 운동을 매일 하면 눈이 좋아질 거라고 했다. 자기도 그렇고 요가하는 사람들 중에 안경 쓴 사람 없지 않냐고 하면서……. 나도 매일매일 해서 이 지긋지긋한 안경을 벗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잊고 지내고 있었다.



『습관의 디테일』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작은 습관 기르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하고 싶은 행동을 정해서 작게 쪼개고,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을 곳을 찾고, 그것을 꾸준히 해나가는 것이다. 근본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작게 시작하는 게 좋다.

『습관의 디테일』 11쪽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데에 거창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잘게 쪼개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끼워 넣는다면 꾸준히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부터는 잊고 있던 눈 운동을 끼워 넣어야겠다. 요즘 특히 컴퓨터도 많이 하고 책도 많이 읽으면서 눈을 너무 혹사했다는 생각이 드니 더욱 정신 차리고 해내기로 한다.



야자수든 눈 운동이든 뭐든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제야 하나씩 떠올린다. 좋은 징조다. 이번엔 정말 생각만 하지 말고, 일단 하루에 조금씩, 5분이든 10분이든 내 눈을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오늘은 잊고 있던 그곳 생각을 떠올리다가 내 눈 건강을 챙기는 것으로 결론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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