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먹는다는 것

by 호접몽


인도에서 기차 여행을 하던 때의 일이다. 그 당시에는 기차나 버스는 이동 수단일 뿐이고 거기에 돈을 쓰느니 그 돈 아껴서 맛있는 거 사 먹거나 다른 데에 좀 더 쓰고 싶었다. 그래서 여타 배낭여행객들처럼 주로 2등석 슬리퍼 칸에 탑승했다. 한 줄에 세 명씩, 여섯 명의 사람들이 마주 앉아서 세월아 네월아 하면서 별 시답잖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몇십 시간씩 함께 가는 것이다.



한정된 공간에서 기나긴 시간을 버텨야 하니 시간이 엿가락처럼 주욱 늘어나 지루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언제나 신나는 시간은 바로 '식사시간'이다. 혹시나 몰라서 기차에 탑승하기 전에 간식거리나 과일을 잔뜩 사 가지고 갔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이 밥 먹는 거 보니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역시 식사시간에는 밥을 먹는 것이 좋다. 제일 신나는 시간~!



기차 안에서 식사는 식판에 제공되었다. 차파티, 커리 등 당연하겠지만 '인도 음식이다!!!' 혹시나 해서 숟가락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승무원이 씩 웃으면서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숟가락을 꺼내 주는 것 아니겠는가. 그 당시에는 그랬다. 그게 딱히 더럽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깨끗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내가 요청했고, 주니까 받았는데, 그 숟가락을 사용했었는지 아니었는지는 도통 기억이 나지 않는다.



인도 여행에서는 특히 청결에 대해서는 다른 관점에서 생각해야 한다. 어쩌면 깨끗함과 더러움의 차이가 내 고정관념에 있었다는 깨달음에 문득 해탈의 경지에 다다를 수도 있다. 거기에 대해서는 『인도상식사전』을 읽으면서 보았던 일화가 떠오른다.




인도 2대 대통령을 지낸 사르베팔리 라다크리슈난(Dr. Sarvepalli Radhakrishnan)이 영국 수상 윈스턴 처칠과 식사할 때 일이다. 인도 전통 음식을 먹기 전 라다크리슈난 대통령은 손을 굉장히 깨끗이 씻었다. 이 광경을 본 윈스턴 처칠 수상은 "포크나 숟가락을 사용하면 굳이 그렇게 정성스럽게 손을 닦지 않아도 된다."라고 말했다. 이에 라다크리슈난 대통령은 "나는 포크보다 손이 더 위생적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도 내 손을 사용해서 음식을 먹지 않았으니 훨씬 위생적이지 않은가?"라고 말하며 '손으로 먹는 것은 육체와 정신을 모두 다 만족시키는 식사법'이라고 말했다.

『인도상식사전』 213쪽





인도 음식은 손으로 잘 비벼서 먹을 수 있도록 특화되어 있다. 먼저 밥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 밥과 다르다. 바람 불면 후~하고 날아갈 듯한 그런 밥이다. 그러니 손으로 먹어도 끈적이지 않는다. 인도의 음식점에 가면 작은 음식점이든 큰 곳이든 음식점 내부에 손 씻는 공간이 있다. 거기에서 사람들은 되도록 청결하게 손을 씻는다. 그 이후에 식사 시간을 갖는 것이다. 물론 숟가락도 준다. 인도 음식 중에 '달'이라고 있는데 수프 같은 것이다. 그것을 떠다가 비빌 수 있도록 스푼도 함께 주기도 한다. 하지만 식사하는 데에 숟가락을 이용한다면 그건 외국 사람일 것이다.



게다가 그들에 의하면 누구 입에 들어갔을지 모를 숟가락으로 먹느니 내 손이 깨끗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또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어디에서 굴러먹은 지 알 길이 없는 숟가락을 이용하느니 내 손을 믿겠다는 생각도 일리가 있다.



그때 그 기차 안에서 건네받은 숟가락에 망설였던 것은 충분히 그럴 만한 상황이었다. 한 번은 다른 식당에서 컵이 더럽길래 이야기했더니 상당히 더러워서 걸레인지 그 정체를 알 수 없는 천으로 쓱쓱 문지르며 "No Problem."이라고 하던 그 장면도 떠오른다. 그래, 그들은 문제가 없었다. 문제는 내 마음에 있었으니…….



사실 손이나 숟가락이나 다 똑같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혼란스럽긴 하다. 세상에는 기준이 제각각인 것이 정말 많다. 『바이러스 과학 수업』에 보면 '네 손가락 하나엔 100,000마리가 득시글거리고 있다'라고 말해준다. 숟가락에는 몇 마리가 살고 있을까? 그러고 보니 이런 생각은 그냥 하지 않는 편이 낫겠다. 손으로 먹는다는 것은 세균이야 어떻든 감각만은 최고로 살려주는 행동일 테니 말이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것은 육체와 정신을 모두 만족시키는 식사법이라는 라다크리슈난 대통령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인도에서 손으로 밥을 먹는다는 것은 음식을 손의 감각으로 한 번 더 접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실 손으로 밥을 먹은 것이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일이어서 그런지 더 강하게 기억에 남는가 보다. 문득 식사에만 집중하던 그때 그 순간을 떠올린다. 요즘은 사실 드라마를 보면서 식사를 하고 있어서 감각을 살리며 식사하는 것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해탈의 경지는 멀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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