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산치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산치는 인도 중부에 있는 곳으로 불교 유적지가 있는 작은 마을이다. 엄마와 함께 여행 중이었는데, 그곳만 가겠다고 목적지를 정한 것은 아니었고 지나가던 길에 '어디 한 번 들러볼까' 합의를 본 곳이다. 불교 스투파 유적지를 이틀 정도 둘러보고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로 했다.
그 당시에는 머물만한 게스트하우스가 두어 곳 정도뿐인, 작아서 스투파 빼고는 볼 것도 없는 아주 작은 마을이었다. 그때 숙박을 하러 온 사람은 우리밖에 없었다. 그곳보다는 큰 도시 보팔을 여행하고 온 이후라 피로감에 노곤해져 짐만 던져놓고 잠이 들었다. 오후에 도착해서 푹 자고 나니 저녁 무렵이 되었다. 슬슬 밖으로 나와 보니 주인장이 닭을 잡고 있었다. 손님도 오고 오랜만에 온 가족이 포식할 요량이었나 보다.
그곳은 시골집 같은 분위기였다. 마당에 평상이 놓여있었는데, 그곳에서 채소도 다듬고 동네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도 나누었다. 저녁을 든든히 먹고 다음 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방으로 들어와 다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낮잠을 충분히 자서 그런지 잠에서 금세 깼다. 다시 자려고 노력했지만, 자려고 하면 할수록 정신이 또렷해졌다. 옆 침대를 보니 엄마가 보이지 않는다.
혹시나 해서 마당으로 나가보니 평상에 누워 별을 보고 계신 것이 아닌가.
"너도 여기 와서 누워봐."
나도 평상 한 구석에 자리 잡고 누워서 하늘을 바라보았다. 불이 다 꺼진 작은 마을의 하늘에는 별이 가득하다 못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저기 보면… 술 취한 별 보이지?"
"……."
"저쪽에는 노숙자별도 있다."
"에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자세히 한 번 봐. 저 별은 취해서 비틀거리잖아."
그때까지 나는 별이 그냥 한 곳에만 자리 잡고 반짝거리는 줄로만 알았다. 자세히 보니 정말 비틀거리는 것도 같고 흐느적거리면서 술 한 잔 한 듯해 보이는 것 아니겠는가.
"별들도 사람살이와 비슷해. 사실 별들도 오죽하겠어? 맨날 같은 자리를 돌려면 힘드니까, 궤도이탈도 한 번씩 하고 가끔 술도 한 잔씩 해가면서 비틀거리고 부딪치고 그러는 거지. 어떻게 똑같은 자리만 변함없이 계속 돌겠어? 지구도 그렇고, 우리도… 그래서 여행 온 거잖아."
그 이후부터였을까. 별을 바라보며 사람살이를 떠올리곤 한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별의 성단을 보면 마을을 이루며 사는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고, 별똥별을 바라보면 수명이 다 되어 이 세상을 마감하는 존재의 소멸을 생각하게 된다. 지금 막 태어난 별과 나는 만날 기회가 없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느끼고, 『잠안오는 밤에 읽는 우주 토픽』에서 들려준 이야기처럼, "당신이 오늘 밤 본 오리온 대성운의 빛은 신라, 백제, 고구려가 아웅다웅하던 삼국 시대에 출발한 빛인 것이다.(94쪽)" 같은 말도 느껴보는 것이다.
그 책에 의하면 20만 년 정도가 흐르면 하늘의 모든 별자리들이 완전히 달라지게 되며, 북두칠성은 더 이상 아무것도 퍼담을 수 없을 정도로 찌그러진 됫박 모양이 될 것이라고 하는데, 그때쯤이 되면 우리는 모두 어디에서 무엇이 되어 떠돌아다니고 있을까. 문득 생각나는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로 오늘 글은 마무리해야겠다.
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더불어 김광섭의 시 <저녁에>에서 영감을 받아 (두 사람은 절친이라고 함) 제목을 붙인 김환기 화백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도 감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별의 그 빛은 세월을 거슬러 내가 존재하지도 않던 훨씬 이전에 쏘아 보낸 것이라는데, 이렇게 시공간을 통틀어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이렇게 만나는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 아니겠는가. 오늘은 곁에 있는 인연들을 더욱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