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자를 찾아서

by 호접몽


처음 인도에 갈 때, 동생이 두 가지 선물을 주었다. 하나는 우황청심원이다. 외국인들이 많은 곳에 가는 것이니 당황하지 말고 먹어두란다. 환약으로 된 것은 먹기에 번거로울 것 같아 특별히 드링크제로 구입했다면서 으쓱댔다. 사실 '거기에서는 내가 외국인인데…….'라는 생각을 얼핏 했던 기억이 난다. 상비약도 마찬가지고 약은 사용할 일이 없어야 더 좋은 일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쓸데없는 짐이 되기도 했다. 여행 내내 가지고 다니고는 집까지 다시 가지고 와서 유통기한을 가뿐히 넘긴 기억이 난다.



또 하나는 책이었다. 지금은 제목도 잘 생각나지 않는 책인데 약간 두껍고 사진도 많은 책이었다. 그 책에 보니 인도는 신비로운 곳이고 성자도 많았다. 인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다 읽고 말았는데, 상상했던 것보다 더 놀라운 세계가 펼쳐지리라 꿈꾸며 기대감을 가지고 비행기에서 내려 인도에 첫 발을 디뎠다.



세상 어느 곳을 여행해도 마찬가지겠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처음 그곳에 갔을 때 내 마음은 부정적인 생각들로 가득 찼다. 인도에 과연 성자가 있기는 할까. 그 모든 것이 부풀려진 망상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별의별 사람들에게 치여서 내가 왜 이런 곳에 오고 싶다고 했는지 후회한 적도 많았다.



어디든 여행자의 호기심을 채워주며 자신의 주머니를 불리는 사람들이 있는 법이다. 피리 소리에 맞춰 바구니 안에 있는 코브라가 춤을 추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으면 누군가 잽싸게 나타나서 돈을 요구한다.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아이들, 한창 학교 다닐 나이에 갠지스강에서 보트 몰이를 하며 엽서를 파는 소년, 물건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악착같이 관광객에게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람들……. 지긋지긋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게 되어서 그중에 인상적이었던 사람도 기억한다. 인도 함피의 사원에서 만난 어떤 사람은 사두 복장을 하고 있었다. 수행을 오래 한 깨달은 사람처럼 보였다. 오렌지색 옷을 입고 하얀 수염을 기르고 있었는데, 한눈에도 신비한 자태를 뿜어내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관광지에서 관광객에게 말을 건다는 것이다. 거기부터 살짝 미심쩍었다. 무슨 말을 하는고 하니, 자신은 돌을 먹을 테니 나보고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 그때 제발 그러지 마시라고 줄행랑을 치던 웃지 못할 기억도 떠오른다.



여행 중에 보러 갈까 망설이다가 결국에 관둔 적도 있다. 달라이 라마의 친견은 한 달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기에 바로 포기했고, 여행 중에 만난 일본인들이 한껏 들떠서 사티야 사이바바를 만나러 가자는 권유를 하는데 살짝 고민하다가 결국 나는 안 간다고 했다.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어서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나는 그렇게까지 누굴 믿지 못했을까. 성자 흉내를 내며 관광객의 돈을 챙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진짜 성자도 있을 텐데 말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성자를 만나볼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른다. 직접 보고 결정해도 될 것을 '그것은 사기일 것이다'라고 지레짐작하며 가능성을 닫아버린 것이니까.



그래도 다시 생각해 보니 덮어놓고 믿다가는 사이비에 홀릴 수도 있었겠다. 조심스러운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기로 한다. 여전히 나는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에 대해 단정 짓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두기로 한다. 언젠가는, 미래 어느 날에는, 나에게 사람 보는 눈이 더 생긴 후에는, 어디든 여행해도 되는 그런 때가 오면, 어쩌면 나도 성자를 찾아서 여행을 떠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보며, 지금은 방 청소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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