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한강이 있다면 파리에는 세느강이 있다. 아폴리네르의 시 한 구절이 떠오른다.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강이 흐르고 우리들의 사랑도 흘러간다'라는 부분은 이 시를 언제 어떻게 접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언제부터인가 알고 있고, 그다음이 무슨 내용인지 잘 모르더라도 기억에서 지워지지도 않는 신기한 문장이다.
여행 전에도, 여행 당시에도, 여행 이후에도 별로 궁금하지 않았는데, 지금에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지는 것이 있으니 바로 파리의 다리들이다. 기억을 되새김질할 시간이 많아지니 사사로운 모든 것이 궁금해진다. 파리의 다리들을 살펴보다가 알게 된 사실은 오늘날의 파리 풍경은 19세기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먼저 '파리의 다리' 하면 떠오르는 것은 '퐁네프'다. '퐁네프'는 다리 이름이다. 아마 영화는 본 적이 없더라도 <퐁네프의 연인들>이라는 제목은 들어보았을 것이다. '퐁네프' 하면 연인, 낭만, 뭐 그런 단어들이 떠오른다. 여행 중에 일부러 '퐁네프 보러 가야지'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다른 목적지에 가다가 역 이름이 '퐁네프'였고, 그냥 흔히 있는 다리 중 하나여서 '생각보다 작네'라며 지나갔던 기억이 난다.
파리에 있는 다리가 '퐁네프'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명한 것은 영화 덕분인 듯하고, 그 다리가 세느강의 다리 중에 제일 오래된 다리여서 그럴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서울에도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가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니, 생각보다 다리가 많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다.
그중에 차가 다니지 않는 다리가 있다. '퐁데자르'라고 하는데 '예술의 다리'라는 뜻이다. 거기에 가보았을 때에는 그렇게 오래된 곳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꽤나 오랜 역사가 있는 다리다.
퐁데자르(Pont des Arts) 또는 ‘예술의 다리’는 파리 도심의 센강을 가로지르며 프랑스 학사원(Institut de France)과 루브르 미술관을 연결하는 보행자 전용 다리다. 나폴레옹이 제1통령이던 시절인 1801년~1804년에 건설되었는데, 당시에는 9개의 철골 아치로 구성된 다리로, 프랑스 최초의 금속 교량이었다. 현재의 다리는 1981~1984년 루이 아레슈(Louis Arretche)가 재건한 것인데, 바로 상류에 위치한 퐁네프(Pont Neuf)와의 조화를 위해 9개였던 아치를 7개로 줄이고 아치의 재료를 주철에서 강철로 교체했다. 아치의 경간은 원래 18.5m이던 것이 22m로 늘었다. 다리의 하류에는 카루셀 다리(Pont du Carrousel)가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퐁데자르 [Pont des Arts] (세계 다리명 백과, 이종세)
알고 보니 1867년 르누아르의 <예술의 다리>라는 작품이 있었다.
퐁데자르는 다른 다리와 달리 사람들만 다닐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그곳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며 문화를 만들어나간다. 한껏 느긋하게 거닐 수 있는 곳이다. 그곳에서 연인들이 자물쇠도 매달아놓고, 웨딩사진도 찍고, 이야기꽃도 피우고 영화도 찍는다. 그리고 퐁데자르에 가면 웃는 가로등이 있다. 그 누구였던가. 그곳의 가로등에 삿갓삿갓 미소를 그려 넣은 이는.
오늘은 유치환의 시 <깃발>을 떠올리며 마무리해야겠다.
깃발
유치환
이것은 소리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순정은 물결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오로지 맑고 곧은 이념의 푯대 끝에
애수는 백로처럼 날개를 펴다
아아 누구던가
이렇게 슬프고도 애달픈 마음을
맨 처음 공중에 달 줄을 안 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