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눈'을 갖기 위해서

by 호접몽


예전의 여행을 떠올려보자면 그렇다. 부지런히 돌아다니고 열심히 사진 찍고 최선을 다해 여행지를 둘러보고 마음에 담은 후, 여행이 끝나고 나면 곧바로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러다 보니 여전히 나에게는 미처 정리하지 못한 여행 사진과 기억이 다이어리에, 사진파일에, 틈틈이 떠오르는 기억 속에 뒤죽박죽으로 남아있던 것이다. 그걸 이제야 100일 간의 여정으로 하나씩 정리해보았다.



생각해보니 여행은 그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서 정리하고 음미하는 시간까지 포함해야하는 것이다. 여행 후에 곱씹으며 떠올리고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래야 마음에서 되살아나면서 여행은 완성되는 것이다.



그동안 나에게는 완성되지 않은 여행이 많았다. 여행 중에 적어놓자니 피곤해서 미루다가 나중에는 그 기억이 희미해져 기억에서 사라져버린 여행도 있고, 사진을 보고 나서야 겨우겨우 떠오르는 여행도 있다. 지금 나는 공간 정리에 이어서 여행에 대한 내 기억을 하나씩 정리한 것이다. 기억 속 여행을 이리저리 끼워맞춰보기도 하고, 문득 떠오르는 여행의 기억에서 생각을 이어가기도 했다.



여행에 대해 떠올리며 글을 이어나가다보니, 이 말이 틈틈이 내 속에서도 꿈틀거렸다.



진정으로 무엇인가를 발견하고자 하는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것이다.
- 마르셀 푸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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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0일이 나에게는 여행이었다. 그동안 여행을 해온 시간이 이미 끝나버린 것이 아니라, 내 기억에서 떠오르는 그 시간이 바로 '여행' 그자체인 것이다. 내 여행은 현재진행형으로 흘러가고 있고, 지금 떠오르는 기억들은 이미 끝난 여행의 시간들을 다시 이어준다.



어느덧 하루에 한 가지씩 여행을 떠올리며 글을 쓴지 100일차가 되었다. 많이도 아니고 하루에 한 가지 조금씩 야금야금 꺼내드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날은 정말로 할 말이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어떻게든 써보고 싶은 소재가 떠오른 적도 있었다. 여러모로 의미 있는 경험이었다. 특히 내가 나름 귀차니스트여서 등떠미는 일이 없었다면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오늘은 나 자신에게 주는 상으로 떡볶이를 한상 거하게 차려먹어야겠다.



"지금까지 '귀차니스트 여행법'을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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