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여행이든 마무리해야 하는 날이 있다. 그날이 오면 특히 아쉬워진다. 조금 더 여행을 하고 싶기도 하지만, 어차피 일정이 있으니 하루를 꽉 차게 알차게 마무리하고자 한다. 귀국 전날이 가장 감상적으로 빠져드는 듯하다. 지금껏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해도 다음 여행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 아쉽기 마련이었다. 그중에 가장 아쉬웠던 것이 남인도 여행 마지막 날이었다.
그날 아침도 똑같이 태양이 떴다. 사실 바닷가 리조트가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밤새 파도 소리가 크게 들려서 한참을 잠 못 이루었다. 잠들 만하면 파도가 나를 잡아먹을 듯이 소리를 냈다. 그래서 다시는 바닷가에 숙소 잡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니 그럭저럭 익숙해지고 그렇게 여행의 마지막 날이 온 것이다.
이날 아침에는 이들리를 먹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갖다 준다고 해도, 나에게는 파리에서는 아몬드 크루아상과 커피, 남인도에서는 이들리와 짜이가 최고였다.
그날 아침의 바다도 여전히 똑같았지만, 똑같지만은 않았다. 나에게는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으로 한 번이라도 더 바라보며 마음에 담아야 하는 풍경이었으니 말이다.
점심의 바닷가도, 저녁의 바닷가도, 사진에 담아놓았다. 사진을 남겨두지 않은 여행은 기억에서 희미해지다가 사라져버렸다. 추억도 그만큼 사라지는 것일 테다. 사진 기술은 추억을 더 오래 붙잡아놓는다. 단순히 풍경이어도 그 순간의 내 마음까지 여기에 담겨 있으니, 한참을 바라보며 그날을 떠올려본다.
그날 밤, 카타칼리 공연이 있었다. 차를 마시며 감상 중이었는데, 특별히 여행 마지막 날을 기념하여 촛불을 밝힌 음식 접시와 함께 작은 선물을 준비해 주었다. 인도풍 작은 촛대로 기억한다. 여행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히 챙겨주니 마음이 뭉클했다. 그때는 더 있고 싶고 다시 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이후로 그다음은 없었다. 생각해 보니 사람들과의 인연처럼 장소와의 인연도 묵직하게 다가온다. 언제 또 가볼 수 있을까.
그날 본 카타칼리 공연이다. 팬터마임과 무용으로 구성되는 남인도 케랄라의 전통 무용으로 남자 무용수만 공연을 한다고 한다.
그날 흥미로웠던 무대. 그리고 야외 무대인만큼 양쪽에서 천으로 막으며 막을 올리고 내리고 다 한다. 간단하면서도 실용적이고 돈도 안 들고, 작은 무대에 여러모로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담도 없고 말이다.
그럭저럭 끝난 무대. 그리고 숙소로 돌아와 다음날 공항으로 일찍 가기 위해 잠을 청했다. 그동안의 여행을 기억해 내다 보니, 나에게 어떤 장소가 더 설레고 추억 돋는 여행지였는지 어렴풋이 정리가 된다. 물론 이때 이후에 인도에 한 번 더 갔다. 하지만 그 당시처럼 절실하지 못했던 것은 정말 지치고 힘들 때 떠났던 여행이어서 더 알차게 누리고 돌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의 마지막 날이라고 그렇게 아쉬워했던 그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이제는 더 이상 아쉬워만 하지 말고 오늘 이 순간을 설레는 마음으로 누리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