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본격적으로 여행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저 펭귄 인형 사진부터 언급해야겠다. 그러니까 그때는 EBS 연습생이라는 펭수의 등장 훨씬 전의 일이었다. 나도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그 당시에 사진 속 저 펭귄들이 율동을 하며 단체로 꺼떡꺼떡 움직이고 있었다. 그 장면이 왜 그리 눈길을 사로잡았는지 모르겠다. 그때 왜 그렇게 나의 시선이 펭귄으로 향했을까.
이탈리아 시에나에 있는 상점이었다. 저 상점에 들어간 적은 없다. 그저 길을 오며 가며 저 펭귄들만 한참 쳐다보곤 했다. 생각해 보니 상점 주인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것 같다. 옷 구경은 안 하면서, 이~따만한 다 큰 어른이 펭귄만을 바라보고 실실 쪼개며 미소 짓고 있었으니…. 그 당시의 내가 펭수라는 캐릭터가 "펭하~"라고 등장할 것을 알았다면 그 펭귄들을 향한 마음이 조금은 덜 민망하였을 텐데 말이다. 어쨌든 여행 중의 추억 속 장면으로 기억하기 위해 꼬질꼬질한 펭귄들을 소환해본다.
오늘은 여행을 하면서 어떤 모습에서 자극도 받고 힘을 얻었는지 생각해 본다. 여러 가지가 생각나지만 그중 오늘은 현지 학생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들의 존재 자체가 나도 무언가 하고 싶고 꿈을 꾸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내가 학교에서 공부하고 학생으로 지낼 때에는 그렇게 싫었으면서, 여행지에서 만나는 학생들은 생동감 있고 활력이 넘쳐 보인다. 무언가 꿈을 꾸고 꿈을 향해 열정적으로 달려가는 듯만 하고, 현실 걱정 없이 꿈을 키우는 듯 보여서 에너지를 전달받는 느낌이다. 사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들도 고민 없는 인생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이 어떻든 학교가 끝난 그 순간만큼은 학생들은 마냥 즐거웠으리라 생각된다.
여행 중에 만나본 도서관도 인상적이다. 영국에서도 프랑스나 인도에서도 도서관에 가보긴 했는데, 사진에 남은 곳은 이곳 딱 한 곳이다. 베네치아에서 해가 졌는데 오히려 활활 타오르는 듯한 곳이 있었으니, 바로 도서관이었다. 학생들은 열정적으로 책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무언가 하고 싶고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행 중에는 책을 볼 수 없으니 더 그런 생각이 강렬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 이 순간은 그때 생각하던 미래인가 보다. 마음껏 책을 읽으며 지낼 수 있는 시간이니 말이다. 지금도 '도서관' 하면 불 켜진 이 장면이 생각난다.
이 사진은 인도 코치(코친)에서 찍은 사진이다. 음악대인가 보다. 인도의 학생들은 저 색상의 교복을 많이 입는다. 아이들은 외국인이 신기한지 먼저 손도 흔들고, "할로우", "하우 아르 유?" 등 말을 걸고 수줍어한다.
인도 뭄바이에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며 그냥 길거리를 찍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손도 흔들고 카메라 앞에서 포즈도 취한다. 마냥 신기한가 보다. 밝고 맑은 기운이 전해져 와서 기분이 좋다. 아이들이든 어른들이든, 사실은 내가 구경거리가 된 거면서 말이다.
기억은 떠올려야 추억이 되나 보다. 까맣게 잊고 있던 어느 순간의 감정까지 사진으로, 글로, 되살릴 수 있다. 오랜만에 이들의 미소를 보니 어둡던 내 마음이 환해지며 무엇이든 해낼 것 같은 꿈과 열정이 샘솟는다. 이 느낌 잊지 말고 간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