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접몽 Mar 09. 2021

매일 시 한편 감상하기
[시: 대추 한 알/ 장석주]

나만의 실천 100일


대추 한 알  / 장석주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혼자서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했구나






먼저 정리에 대해 100일간의 여정으로 하루 한 가지씩 짚어보다 보니, 그다음 여정으로는 지난 여행을 정리하자 떠올렸다. 그렇게 200일간 꾸준히 내 생각을 적어내려가다 보니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나 표현력이 이렇게까지 빈약했던 것인가.



첫눈 내린 날, '눈이 펑펑 내렸어요!'라는 표현밖에는 할 말이 없었던 것이나, 파리 퐁피두 센터에서 감상한 이브 클랭의 블루 작품 앞에서 '색깔 참 좋다'라는 감상도 이웃 님의 웃음을 사기에 충분했다. (비웃음이었을까? ;;;)

그렇다면 그다음 과정은 바로 '감수성'이다. 나도 맛있는 음식 한 입 먹고 '아, 맛있다!'라는 표현 말고, 드넓은 바다에서 팔딱팔딱 뛰노는 물고기를 떠올리고,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눈을 갖고 싶다.



그래서 이번에는 시 감상이다. 이 시 「대추 한 알」에서 시인은 대추 한 알에 담겨 있는 우주를 본다. 대추 한 알을 보고 나는 '잘 익었다, 맛있다, 달다' 뭐 그런 것밖에 느끼지 못할 텐데, 시인은 거기에서 태풍, 천둥, 벼락, 번개, 땡볕, 초승달까지 읽어내는 것이다. 그 감성을 배우고 싶다. 물론 감성은 배워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더라도, 100일간의 노력으로 지금보다는 나아지기를 기원해본다.



사실 시 감상은 진작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잘 실천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럴 때에는 내 등을 내가 떠밀어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나만의 실천 100일이 어느 정도 그걸 가능하게 해준다. 봄에서 여름으로 이어지는 이 시간, 100일 동안 매일 시를 감상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많이도 아니고 하루 딱 한 편만, 100일간의 여정을 이제 시작해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