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공간은 마음을 좌우한다. 그 공간은 집에서 찾을 수도 있고, 카페나 미술관 등 다른 곳에서 찾을 수도 있다. 휴식이 필요할 때, 에너지를 얻고 싶을 때, 자신에게 도움을 주는 공간과 취미가 있다면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힐링의 공간에서 리셋하며 몸과 마음이 다시 태어나는 듯 새로워지는 시간이 있어야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다. 나만의 여행지나 카페 같은 공간일 수도 있고, 내 방의 내 공간을 꾸며나갈 수도 있다. 상상 속의 여유 공간으로 만들어내도 좋다. 정신없이 바쁘다가도 하루 단 10분이라도 온전히 명상을 하거나 사색을 하는 등 여유 시간과 공간을 만들어놓아야 한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은 『바닷가 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에서 '슈필라움'의 심리학을 이야기한다.
슈필라움 (주체적 공간)
독일어 '놀이'와 '공간'이 합쳐진 '슈필라움'은 우리말로 '여유 공간'이라 번역할 수 있다. 주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율의 공간'을 뜻한다. '물리적 공간'은 물론 '심리적 여유'까지 포함하는 단어다.
『바닷가 작업실에는 전혀 다른 시간이 흐른다』 4쪽
작업실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의 근원에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내 공간'을 갖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을 보니 나 또한 내 작업실을 갖고 싶었던 어느 순간이 떠오른다. 그때 내가 간절히 바랐던 것은 작업실이 아니라 아무에게도 간섭받지 않는 내 공간이었다는 생각이 지금에야 어렴풋이 떠오르며 이해가 간다.
내 공간 반경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나만의 슈필라움을 만드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책장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만 꽂아놓고 내 마음에 쏙 드는 노트와 볼펜으로 글을 적기도 한다.
건축가 유현준이 들려주는 공간 이야기를 담은 책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 주변의 공간들을 의미가 있는 공간으로 채색을 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 정도의 변화는 우리가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책을 읽으며 깨달았다. 내 공간에 대해 불평을 멈추고 내가 채색해나가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모든 순간이 아름다울 순 없다. 순간순간이 아주 가끔 아름다울 뿐이다. 우린 그 순간들을 이어서 별자리로 만들어야 한다. 우리 삶이 모두 대낮처럼 밝을 수 없고 약간의 별빛만 있다면 우리는 그 별빛들로 별자리를 만들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가 듣는 별자리 이야기는 먼 옛날 배를 타고 정처 없이 바다를 떠돌았던 뱃사람이나 들판에서 양을 치던 사람들이 홀로 시간을 들여서 만들어낸 이야기다. 우리 삶을 아름답게 만들려면 희미하지만 검은 하늘에서 빛나는 별들을 찾고, 잇고, 이야기를 만드는 '시간'을 들여야 한다. 이 책에서 언급된 장소는 나를 만든 공간들이고, 내가 좋아하는 공간들이다. 그 공간들은 내 인생에서 가끔씩 있는 희미한 별빛들이다. 그리고 이 책은 멀리 떨어져 있는 나의 희미한 별빛들을 연결해서 나만의 별자리를 만들려는 시도다.
『당신의 별자리는 무엇인가요』 411쪽
내 방을 둘러본다. 처음에 이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이 물건들은 모두 내가 들인 것이다. 하지만 혹시 지금 내 공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전적으로 나에게 있다. 이 물건들 중 필요한 것이 아니라, '혹시 모를'이라는 명분으로 자리하고 있는 별로 필요 없는 것이나, 바라보았을 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과감히 퇴출시킨다. 좋아하는 것으로 나만의 슈필라움을 채워보는 것이다.
나만의 슈필라움을 만들기 위해, 나의 별자리를 만드는 작업을 위해, 솎아내는 작업을 하면서 큰 그림을 그려본다. 내가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공간이니 말이다. 나의 주체적이고 자발적인 공간을 만들기 위해 무엇을 빼고 무엇을 더할지, 바로 지금 생각에 잠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