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어느덧 10월의 마지막 날이 되어버렸다. 시간은 많은 듯 한정되어 있고 계절은 깊어만 간다. 나에게 시간은 충분하기도 하고 부족하기도 하다. 후딱 해치우는 일도 있고, 결국 미루고 말아 버린 일도 있다. 인생이 그런 것이라 생각하며 그저 다채롭게 살아가고 있다. 해야 하는 일을 다 해내는 것은 사람의 일이 아니다. 어떻게 기계처럼 모든 일을 척척 다 해낼 수 있겠는가.
이쯤 해서 마크 트웨인의 한 마디 말이 떠오른다. 『미루기의 기술』에서 본 것이다. 이 말이 나에게 여유와 힘을 준다.
모레 할 수 있는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마라
- 마크 트웨인
그 책을 읽은 후에는 조금만 부지런 떨면 해낼 수 있는 일을 마감일까지 끌고 간다고 나 자신을 자책하지 않기로 했다. 내일 더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내일 하면 되지, 굳이 오늘 꾸역꾸역 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미루는 습관이 세상에서 가장 나쁜 습관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한다. 특히 '마감'이 정해져 있어서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일도 있으니 말이다.
모든 미루기쟁이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미룬다. 체계적인 미루기는 이 부정적인 특성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미루기가 곧 무위도식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게 핵심이다.
『미루기의 기술』 22쪽
오늘은 『일이 편해지는 TO DO LIST 250』에 나오는 '자신만의 마감일'을 설정하는 것에 대해 언급해본다. 나는 예전부터 '벼락치기'파였다. 미리미리 해두는 것은 잘 안 되었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벼락치기를 즐기기로 했다. 미리 공부해보니 긴장감이 없고 일도 미리 하려고 해도 늘어지게 된다. 마감이 글을 쓰게 만든다는 작가들의 말도 있지 않은가. '마감'은 초인적인 힘을 끌어올리기도 하니, 긴장감을 키우며 마감까지 몰고 가는 것도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영국의 경영학자 시릴 노스코트 파킨슨은 영국의 식민지가 축소된 시기에 공무원의 수가 증가했으며 그럼에도 업무량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증가한 현상을 관찰하고, 그 내용을 정리해 '파킨슨의 법칙'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그 핵심 내용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일은 주어진 시간을 다 소진할 때까지 늘어져버린다."
즉, 사람들은 마감일까지 2주가 남았다면 정확히 2주 뒤에, 1주가 남았다면 정확히 1주 뒤에 일을 끝마치려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일이 편해지는 TO DO LIST 250』 78쪽, 「034 파킨슨의 법칙을 이용해 '자신만의 마감일'을 설정한다」 중에서
이 책에서는 이 법칙을 역으로 이용하여 실제 마감일보다 먼저 마감일을 설정하고, 그에 맞춰 업무를 처리하라고 권한다. 이렇게 자신이 정한 마감일까지 대략적인 업무를 끝내 놓으면, 실제 마감일이 다가오기 전까지 완성도가 떨어지지 않도록 필요한 조정 작업을 거치면 되는 것이다. 이 방법을 사용하면 도중에 다른 일이 생기거나 업무 요건이 변동되는 경우에도 변화를 완충할 시간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방법을 적극 추천한다. 마감일이 없으면 느슨해진다. 해야지 해야지 하다가 미루기도 하고 그렇게 잊어버리기도 한다. 특히 하루아침에 할 수 없는 일이라면 마감일을 조금 당겨서 설정하고 조정 작업을 하면 된다. 그러고 보니 미루기의 순기능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미루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고 묵히고 익혀서 더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발효시키는 것일 테다.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는 미루어야 할 일이겠지만, 정리를 하는 데에 아주 효과적인 마감일 설정이 있다. 월간 샘터에서 윤선현 정리 컨설턴트가 알려준 방법인데, 집으로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하라는 것이다. 집안 정리가 안 됐다는 이유로 초대를 미루고 있다면 일단 사람들에게 초대장을 보내라고 한다. 마감기한을 두면 실행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집에 지인 초대하기'는 집도 예뻐지고 지인들과 좋은 관계도 맺을 수 있으니 해볼 만할 것이다. 올 가을은 힘들다고 해도 내년 봄에는 소중한 사람들을 초대할 기회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