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제로 웨이스트를 지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안다. 지구를 위해서도 그렇고, 쓰레기 버리러 나가는 것도 일이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렇고, 되도록 쓰레기를 줄이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 특히 우리 동네는 쓰레기를 버리려면 차를 몰고 나가야 한다. 게다가 이제는 분리수거를 위해서 쓰레기를 버리는 시간과 요일까지 지정해서 지켜야 하니 스케줄을 맞추는 것도 일이라면 일이다.
정리하는 것이 귀찮으면 물건 개수를 줄이면 되고, 쓰레기 버리기 귀찮으면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면 된다.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소식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라는 건강법만큼이나 실천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우리 일상은 물건과 함께 해야 하고, 시간이 흐르는 만큼 생활 쓰레기는 계속 생겨나는 법이다.
살아가는 일은 어떻게든 쓰레기가 발생하는 일이다. 일단 쓰레기 봉지를 꽉꽉 채워서 버리고 나면 속이 다 시원하다. 그래도 그것도 일이라 시간과 에너지가 소모되지만, 그래도 기분은 산뜻해진다. 개운한 느낌이다. 그런데 그것은 내 위주로만 생각한 것이었다. 쓰레기를 버리면 끝이라는 생각 말이다.
오늘 떠올린 책은 하루에, 나의 행동 딱 하나만, 깊게 생각해보는 취지의 책 『나는, 오늘도 8 - 버리다』이다. 이 책을 읽으며 '뜨끔'한 느낌을 가졌던 오래전 내 모습을 떠올린다.
우리가 만들어내는 쓰레기는 나의 눈에 띄지 않는 것일 뿐, 쓰레기차로 옮겨지고 어디론가 향해간다. 잊고 있었다. 내가 버리는 쓰레기가 내 손에서 떠난다고 '끝'은 아니라는 것 말이다. 쓰레기는 그때부터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쓰레기가 세상에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잊는 것일 뿐이다. 어떤 쓰레기들은 어쩌면 나보다 더 오랜 시간을 이 세상에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에서 '우리가 내는 공과금이며 세금은 이 모든 것을 잊어버리려고 내는 돈이다(12쪽)'라는 말이 묘하게 마음에 남는다.
순환 고리의 관리에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는 것은 '지구를 생각해주는' 방법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이다. 우리는 쓰레기통의 가짜 마법을 남용하면서 우리의 집 지구를 쓰레기 별로 만들어가는 중이기 때문이다.
『나는, 오늘도 8 - 버리다』 29쪽
살아간다는 것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고, 생각보다 많은 쓰레기를 배출하는 일이다. 의미가 있는 것, 별로 의미 없는 물건, 가지고 있지 않아도 되지만 굳이 버리기 귀찮아서 소유하는 물건들, 정말 갖고 싶었던 것이지만 실제로는 기대에 못 미쳐서 잠깐 사용한 후 저쪽 구석에 존재감 없이 먼지 쌓여가는 물건 등 오늘 한번 더 인식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특히, 무책임한 방식으로 버리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에 잠긴다. 지금까지 그런 것은 미안하다. 반성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일이 없도록 한번 더 생각하고 신중하게 행동할 것이다.
자기가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필요한지도 몰라서 일단 아무것이나 손에 넣은 다음, 역시 무책임한 방식으로 버리는 것이다.
『나는, 오늘도 8 - 버리다』 66쪽
물건을 집에 들이는 것부터 진지해지기로 결심한다. 관리하는 것부터 버리는 것까지 나도 힘들고 지구도 부담스럽다. 아무 거나 손에 넣고 무책임한 방식으로 버리지 말고, 아끼고 소중히 여길 것들만 선별해서 들이기로 한다. 특히 한여름 무더위에 이런 결심을 굳건히 하면서도 계절이 좋아지면 잊곤 했는데, 올해에는 반드시 기억할 것이다. '아무 거나'라는 무책임한 방식은 이제 이별이다. 쓰레기는 사라지지 않는다. 잊혀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