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다른 지역의 재활용 쓰레기는 어떤 규칙으로 버리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주는 꽤나 번거롭게 바뀌었다. 무엇보다 쓰레기 배출 시간이 오후 3시 이후인 데다가, 재활용 쓰레기는 요일에 따라 달라서 그 시간에 외출할 일이 없으면 계속 쌓아놓게 된다. 특히 비닐과 종이를 함께 배출할 수 있는 목요일이 몇 번이나 지나가고 말았다.
'오후 3시 이후'라는 시간이 나를 참 게으르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어떤 때는 한참 집중해서 책을 읽거나 다른 일을 하고 있어서, 중단하고 쓰레기를 버리러 가기 아까워서 포기한 적도 많다. 너무 피곤해서 낮잠 한숨 자고 나면 나가기 귀찮기도 하다. 비가 오면 당연히 건너뛰고, 태풍 오니 당연히 패스! 이렇게 핑계가 많다는 것은 전혀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아서 당연스레 미룬다는 이야기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쓰레기들이 몸집을 어마어마하게 키웠다.
쓰레기를 버리려고 정리하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언제 이렇게 많이 모였지?'라는 의아한 생각과 함께 '되도록 쓰레기 만들지 말아야지.' 다짐한다. 우리 동네는 쓰레기를 차에 실어서 친절하게 클린하우스까지 모셔다드려야한다. 그 과정이 그렇게 귀찮을 수가 없다. 밖에 나갈 일이 없으면 특히!
나는 이렇게 '가끔'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평소에는 온라인 쇼핑도 해서 물건을 받고, 잊고 나가면 일회용품도 사용하면서,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고 보니 힘들기도 하고 나라도 쓰레기를 좀 줄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예전에 이런 결심을 한 것조차 잊고 살다가 다시 '쓰레기 만들지 말아야지!' 굳은 결심을 하다 보니 떠오르는 에세이가 있다. 바로 제로 웨이스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이다.
나는 평범하면서도 가끔은 환경에 해가 되기는 싫어서 살짝 행동에 옮기는 그 정도의 보통 사람이다. 사실 이 책의 저자도 그렇다고 한다. 텀블러를 챙기려고는 하지만 잊고 나갈 때도 있고, 친환경 제품을 찾지만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은 여전히 포기하지 못했다며,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소심한 환경 쟁이' 정도라고 고백한다.
500년간 썩지 않는다는 플라스틱. 우리가 버린 쓰레기들은 대체 어디로 갔을까? 많은 사람들이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 생각하지만, 실천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 거대해 보이는 쓰레기 문제 앞에서 '나 하나쯤 변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하는 생각도 든다.
엄격하고 적극적인 환경운동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오늘 하루만이라도 일회용 컵을 쓰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점점 더 많아지면 좋겠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지구가 건강한 것이, 오늘 내가 행복하고 무탈하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이 된다고 믿기에.
『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중에서
쓰레기를 만들지 않으려 애는 쓰지만, 여전히 실수도 많고 유혹에 흔들리는 평범한 사람이라니 동질감을 느끼며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을 떠올린다. 대단한 환경운동가라면 나는 그렇게까지는 할 수 없어서 죄책감이 느껴지겠지만, 평범한 사람을 위한 작은 실천 정도면 나도 때에 따라서는 힘을 살짝 보탤 수 있지 않겠는가.
제로 웨이스트란?
생활 속에서 배출되는 쓰레기를 최소화하고 어쩔 수 없는 것은 재활용하며 사는 라이프 스타일을 말한다.
제로 웨이스트를 생각하기에 늦은 날은 없다. 지구가 더 힘들기 전에 동참하겠다고 생각한 게 그리 먼 과거도 아니니, 어느덧 잊고 있었다는 것이 지구에게 쪼끔 미안하다. 그렇다고 내 생활이 대단히 바뀌거나 할 기대는 전혀 못하겠지만, 많이 아픈 지구를 위해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은 어떻게든 더 사용해보고 관리해야겠다. 이 결심도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르겠지만, 오늘은 종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린 후 특히 시원섭섭한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