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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접몽 May 12. 2021

한용운 비, 김소월 봄비, 한하운 비오는 길

올봄은 유난히 비가 자주 내리는 듯하다. 어제도 비가 내렸고, 오늘도 내리고, 지금은 날이 흐리다. 이번 주말까지 비가 내리거나 흐린 날씨가 지속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 해 5월은 비 한 번 내리지 않고 눈이 부시게 좋은 나날들이었다. 그게 더 서러웠다. 하지만 지금은 비가 와도 그렇게까지 마음이 가라앉지는 않는다. 약간의 쌀랑함은 보일러 조금 돌리면 해결되고, 축축하고 눅눅한 습기도 보일러 약간 돌리면 해결된다. 그러고 보니 내가 비를 싫어한다기보다는 비를 대할 때의 내 마음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었던 것이다. 다행이다. 힘든 것조차 모르던 나날이 이제는 회복되고 있으니 말이다. 오늘은 비에 관한 시를 모아보아야겠다.






한용운







비는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가장 좋은 기회를 줍니다.



비는 해를 가리고 하늘을 가리고, 세상 사람의 눈을 가립니다.



그러나 비는 번개와 무지개를 가리지 않습니다.



나는 번개가 되어 무지개를 타고, 당신에게 가서 사랑의 팔에



감기고자 합니다.



비오는 날 가만히 가서 당신의 침묵을 가져온대도, 당신의 주



인은 알 수가 없습니다.



만일 당신이 비오는 날에 오신다면, 나는 연잎으로 웃옷을 지



어서 보내겠습니다.



당신이 비오는 날에 연잎옷을 입고 오시면, 이 세상에는 알 사



람이 없습니다.



당신이 비 가운데로 가만히 오셔서 나의 눈을 가져가신대도



영원한 비밀이 될 것입니다.



비는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가장 좋은 기회를 줍니다.




봄비



김소월








어룰없이 지는 꽃은 가는 봄인데



어룰없이 오는 비에 봄은 울어라.



서럽다, 이 나의 가슴 속에는!



보라, 높은 구름 나무의 푸릇한 가지



그러나 해 늦으니 으스름인가.



애달피 고운 비는 그어 오지만



내 몸은 꽃자리에 주저앉아 우노라.




비 오는 길



한하운






주막도 비를 맞네



가는 나그네





빗길을 갈까



쉬어서 갈까





무슨 길 바삐 바삐



가는 나그네





쉬어 갈 줄 모르랴



한 잔 술을 모르랴





비오는 날이면 기분이 차분하게 가라앉는다. 들뜬 마음을 잔잔하게 내려놓게 만든다. 시인들의 눈에 비친 비는 어떤 모습인지 시를 감상해보면 제각각이다. 오늘은 이 시들을 시작으로 비에 관한 시들을 찾아 읽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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