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계절이 바뀌었다. 문을 열고 한 발짝만 나가도 훅~ 더운 기운이 퍼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은 여름이 드디어 지났다. 이제 제법 쌀쌀하기까지 하다. 정말 좋은 계절, 하지만 너무도 후딱 지나가버리는 계절, 가을이다. 하늘만 쳐다봐도 나무들을 바라보아도 살아있다는 게 행복한 그런 나날이다.
tvN <신박한 정리>에서 작곡가 유재환 모자의 집 정리 편을 보면, 그들은 서로 미안해하면서도 서로 불편하게 살고 있었고, 아예 방 하나는 물건들에게 내주고 있었다. 정리 후의 모습을 보며 '바로 이거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적재적소에 적정량의 물건이 있는 것만으로도 공간은 빛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시간도 빛이 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보물방인지 고물방인지 모르겠다는 그 방 한가운데에는 옷이 가득했다. 아무리 스타일 좋은 옷이라도 입지 않으면 옷에게도 존재가치는 없을 것이다. 사방에 흩어져있는 옷들을 한 군데 모아서 드레스룸으로 정리하고 보니 본인들도 시청자도 '이곳이 이런 곳이구나' 생각하며 감탄했을 것이다.
옷 정리에 관해서는 책 『옷을 사려면 우선 버려라』가 옷 정리 실천에 가장 유용했다. 이 책은 기대 이상으로 옷 정리에 돌입할 수 있도록 마음을 다잡게 해주는 책이었다. 정리 관련 서적을 읽으며 정리에 돌입하면서도 늘 옷 정리는 뒤로 미루곤 했는데, 문득 '맞아, 그때 이 책을 읽고 옷 정리했었지.'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잡지에서 제안하는 1개월 코디네이션 같은 것은 무시해버리자. 내가 정말 좋아하는 옷이라면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입어도 상관없다. 매일 다른 옷으로 바꿔 입는 것보다, 언제나 나를 최고로 돋보이게 하는 옷을 입는 것이 훨씬 낫다. 옷을 많이 가지고 있으면 행복하게 될 것이란 생각 역시 큰 착각이다. 입어서 가장 아름다운 옷들만 적당히 가지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바로 이것이 그동안 숱하게 옷을 사고 입어 본 나의 결론이다.
『옷을 사려면 우선 버려라』 6~7쪽
얼마 전 옷 정리를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먼지나 툴툴 털어서 다시 걸어놓았다. 왠지 처분하자니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였다. 잘하면 입을 수 있을 것도 같고 버리자니 내심 아깝기도 해서 정리하려다가 다시 들여놓은 옷도 있었다. 좀 더 공격적으로 옷 정리에 돌입할 필요가 있는 상황에서는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잡을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필요 없는 옷을 당장 처분하라고 강조한다. 기억에 없는 옷들까지 쟁여 놓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이미 급박한 상황이라는 뜻이라며, "옷이 너무 많으면 멋진 옷을 발견하기 어렵고, 옷을 깨끗하게 관리하기도 힘들다"라고 강조한다. 어떤 옷을 가지고 있어야 할지, 어떤 옷은 당장 처분해야 할지 큰 그림이 그려진다. 아깝다고 남겨두었다가 꺼내 입었을 때 괜히 패션 테러리스트가 될 수 있는 그런 옷들은 과감히 정리한다.
특히 속마음을 딱 들킨 듯한 발언에 뜨끔 한다. 이 책에서는 버려야 할 옷 중 하나로 '아침에 거울 앞에서 벗어 버린 옷'을 꼽았다. 아침에 옷을 챙겨 입을 때 '오늘은 이걸 입어야지'하고 입어보았지만 '이건 아니야'라며 거울 앞에서 벗어 버린 옷이라면 그 옷을 옷장에 다시 걸지 말고 그대로 처분하라고 강조한다.
'집에서라도 입으면 어떨까?'라고 생각한다면 No~! '옷은 남자와 같다'라고 생각하라며, 예를 들어 지금 즐겁게 잘 만나는 남자 친구가 있는데, 헤어진 옛 연인과 데이트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법이니, 만남은커녕 메시지 한번 보내는 것조차 꺼려지는 게 정상이듯 옷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예전에 잘 입었지만 지금은 나에게 어울리지 않는 옷은 추억만 간직하고 처분하라고 강조한다. 특히 놔뒀다가 나중에 무심코 꺼내 입거나 무심결에 밖으로 입고 나간다면 잘 보이고 싶은 사람에게 촌스러운 여자로 기억될 것이니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한다.
현재의 옷에 애착을 갖도록 하라. 그렇지 않으면 현재의 옷에도 과거의 옷에도 실례를 범하고 만다. 과거의 옷을 다시 꺼내 입어 촌스러워진다면, 그 옷에게도 대단한 실례가 아닐 수 없다.
『옷을 사려면 우선 버려라』 91쪽
오늘은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긴 싫어'라며 아까워서 다시 걸어두었던 옷들 중 아니다 싶은 것들을 제거해보았다. 옷장 속 폭탄을 제거하는 작업부터 시작하는 것이 오늘의 포인트! 옷 정리할 때에도 입을 수 있느냐 없느냐에 중점을 둘 것이 아니라, '내가' 입을 것인가 '나에게 어울리는가'가 중요하다.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고 싶지 않다면 옷 폭탄부터 제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옷 폭탄을 제거하고 나면 다음 단계를 밟아야 한다.『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에 보면 옷 보관에 관한 팁을 알려준다.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 잘 보이게 걸어서 보관해야 찾아 입기 편하다
옷은 옷걸이에 걸어서 보관하는 것이 보기에도 깔끔하고 찾아 입기도 편하다. 옷걸이도 같은 디자인끼리 통일해서 사용하면 보기 좋다. 옷은 흰색부터 검은 계열까지 색깔별로 정리하면 보기도 좋고 찾기도 편하다.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 「소중한 내 옷, 찾기 편하고 안 망가지게 관리하는 법」 중에서
사실 옷에 대해서는 얼마 전 읽은 장기하의 산문집 『상관 없는 거 아닌가?』에서 한 말을 떠올린다.
빨래는 색깔 구분 없이 그냥 모조리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반드시 비슷한 색의 옷들과 함께 빨아야 한다든지 꼭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한다든지 하는 까다로운 옷은 잘 사지 않는다. 인생에는 신경 써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옷까지 모시고 살고 싶지는 않다.
『상관 없는 거 아닌가?』 142쪽
나도 사실 그렇다. 옷까지 모시고 살고 싶지는 않다. 접는 것도 솔직히 귀찮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옷걸이에 걸어놓는 것이 바로 꺼내 입기에도 구김이 없어서 좋다. 옷 말고 신경 써야 할 것이 인생에는 많으니까 오늘은 옷을 보관할 곳의 구획을 나누고 손에 잘 집히게 걸어두는 것으로 옷 정리를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