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컴컴한 밤에 굳이 차 트렁크에 짐을 싣다가 머리를 '쾅' 하고 찧었다. 오랜만에 눈앞에 별이 보이는 듯한 아니, 눈이 쏟아지는 듯한 충격을 받고는 내심 걱정되었다. '나 혹시 이러다가 기절하는 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정신줄 붙들어 매고 바짝 긴장하고 있었다. 한참을 지난 후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한숨 돌렸다. 그래도 다행히 수업료격으로 머리에 자그마한 혹 하나 달고 끝났다. 자칫 되돌릴 수 없는 커다란 실수를 할 뻔했다.
무언가 서두르거나, 안 해도 될 일을 하다가 주로 실수를 하곤 한다. 거의 실수하는 법이 없는데 말이다. '나는 그렇게 아주 가끔씩만 실수한다', 고 생각한다. 사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미국 법의학 전문가이자 법원에서 인지 오류 감정가로 활동하고 있는 마크 그린Marc Gree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대부분 어쩌다 한 번씩 매우 드문 경우에 한해서만 자신들이 주의를 제대로 기울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매 순간 자신들이 얼마나 많은 것을 놓치고 있는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 모두는 부주의로 말미암아 매 순간, 매일, 거의 완벽하게 맹인이 되어 버린다."
『우리는 누구도 완벽하지 않다』 42쪽
우리는 정확하게 현실을 인지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은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의식적으로 인지하는 것을 따로 선별해내는데, 우리는 뇌의 수용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라고 하니 그 책의 시선이 흥미로웠다.
문득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라는 책도 떠오른다. 이 책의 저자는 미국에서 주목받는 신세대 심리학자인 피터 홀린스다. 제목을 보면 무언가 안도감이 생긴다. 다들 그러고 산다는 소리다. 이 책에서는 '뻘짓'이라는 단어에 양면성이 있다고 한다. 긍정적인 측면은 호기심과 도전으로 연결되고, 부정적인 측면은 시간낭비와 시행착오를 연상시킨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 되었든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뻘짓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책에서 재미있는 용어가 소개되었다. '브레인 파트 Brain fart, 즉 뇌 방귀' 개념인데, 이는 정리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용어로, 2015년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되었다고 한다.
뇌 방귀란 흔히 '내가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 혹은 '어떻게 그게 생각이 안 날 수 있는 거지?'라는 말을 내뱉게 만드는 현상으로 알려져 있다. 순간적인 판단 착오가 발생하는 셈이다. 학술적으로는 '부적응적 뇌 활동 변화'라고 표현할 수 있다.
『뻘짓은 나만 하는 줄 알았어』 218쪽
뇌 방귀는 뇌의 작동방식 그 자체 때문에 일어나는 것인데, 갑자기 머릿속이 백지가 되는 현상, 혹은 무언가를 하려고 방 안에 들어갔다가 갑자기 뭘 하려고 했는지 까먹는 현상 등이 해당된다.
오늘 나는 어제부터 벼르던 청소에서 '부적응적 뇌 활동 변화'를 일으켰다. 그냥 학술적으로 표현해보고 싶었다. 천장부터 벽으로 먼지 청소 한 번 해주고 바닥청소로 이어보려고 어젯밤 분명 벼르고 별렀건만, 완전히 잊어버리고 바닥청소를 마쳐버린 것이다. '앗, 빼먹었다'라고 생각하기에는 이미 바닥을 깔끔하게 닦아버린 관계로 다음으로 미루기로 했다.
예전 같으면 '그걸 생각해내지 못하다니!' 하면서 자책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지청소 한 번 거른 거 가지고 나를 탓하기엔 눈부신 가을날 아니던가. 이 정도도 잘한 거라며 나를 토닥여주고 커피 한 잔의 휴식을 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