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절약에 대한 책을 읽으며 '절약해야지' 결심한다는 건 이미 절약하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다. 절약에 대한 이런저런 정보를 보면 정말 따라 하기 쉬워서 당장이라도 적용할 법도 한데 여전히 결심만 하고 있다면, 그것도 절약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꼼꼼하게 절약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한 것은 마치 미니멀리스트가 되고 싶지만 맥시멀리스트로 살고 있는 그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걱정마라. '뇌 사전에 절약은 없다'는 말을 보면 조금 위로가 되려나. 『세상에서 가장 쉬운 뇌과학자의 부자 수업』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내가 뼈 빠지게 모은 돈 뇌가 흥청망청 쓴다'라고 말이다. 흔히들 '통장'을 '텅장'이라고 자조 섞인 말투로 이야기하곤 하는데, 이 책의 저자 스가와라 미치히토는 소비 패턴을 바꾸기 위한 방법을 '뇌'에서 찾는다.
하긴 나도 나의 의지 부족 때문이 아니라 '뇌' 때문이라고 뒤집어 씌우면 마음이라도 좀 편할 듯해서 무언가 든든한 생각이 든 책이었다. 지금 필요한 물건을 필요한 만큼만 사면 되는데 왜 우리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것까지 사게 될까? 오늘은 마음껏 뇌에게 핑계를 대본다. 뇌 때문이라고.
뇌는 필요하지 않은 물건을 봐도 어느새 '갖고 싶다', '사야 한다'라고 착각한다. 뇌가 이렇게 믿어버리면 우리는 적정치 이상을 사더라도 '유혹에 넘어가서 사고 말았다'는 인식을 하지 못한다. 또한 자신이 돈을 지불하고 산 물건에 대해서 '필요한 물건이었다'라고 합리화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불필요한 물건들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자신은 '똑똑한 소비를 한다'라고 믿는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뇌과학자의 부자 수업』 34쪽
'그래, 그렇게 믿고 살란다. 다 뇌 때문이야. 그래서 어쩔까.' 이렇게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마음먹어본다. 그냥 오늘은 그러고 싶다. 자꾸 인터넷 쇼핑에 기웃거리는 것도, 떡볶이를 먹어야 힘이 난다고 나를 설득하는 것도, 다 뇌 때문이라고 책임을 미룬다. 그러다 보니 문득 '신경마케팅'이 떠오른다.
신경마케팅은 구매 결정과 선택 결정이 인간의 뇌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일어나는지, 그리고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연구하는 학문 분야다. 좁은 의미에서 신경마케팅(뉴로마케팅)은 뇌연구에서 사용하는 장치들을 시장조사에 도입하는 것을 뜻한다. 넓은 의미에서 본 신경마케팅은 뇌 연구에서 얻어진 다양한 지식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을 포함한다.
『뇌, 욕망의 비밀을 풀다』 20~21쪽
이 책을 보았을 때 신선한 충격이었다. 작년에 읽었는데 그것이 최신간이 아니라 2004년 출판된 이후 2010년 독일 최고의 마케팅 책으로 선정되었으며 전면 개정증보판으로 출간되었다는 사실에서도 놀랐다. 그동안 뇌과학 따로, 마케팅 따로, 따로따로 느낌의 책만 읽다가, 드디어 통합적인 느낌의 책을 만난 것이다.
인간의 소비심리와 뇌과학에 대한 책과 '뇌가 흥청망청 쓴다'는 것을 함께 생각해보니 내 뇌를 더 믿을 수가 없다. 홈쇼핑은 채널도 돌리지 말 것이며, 인터넷 쇼핑은 사이트에 접근도 하지 말고, 지갑도 꽁꽁 숨겨놔야겠다. 일단 며칠 만이라도 그래 볼까 한다. 비록 시간이 흐르면 또 잊어버리고 지름신이 내려올지도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