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과 나

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by 호접몽


올해 초 누군가의 한 마디에 어이가 없던 기억을 떠올린다. '도대체 나한테 왜 그러는 거지?'라는 생각으로 무척이나 기분이 나빴다. 모르고 그러는 거라면 멍청한 거고 알고 그러는 거면 너무나도 잔인하다는 생각을 했다. 너무도 화가 났지만 세대차이라는 생각을 하며 속으로만 삭였다. 그런데 며칠 전 같은 분께 같은 질문을 들었는데, 내가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답변하고 넘어가는 것 아닌가. 내 모습에 살짝 놀랐다. '나 그동안 많이 회복한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독서와 서평 쓰기, 매일의 글쓰기가 내 마음의 근육을 키워주고 있었나 보다. 세상을 날카롭게만 바라보던 내 마음의 뾰족한 부분을 부드럽게 갈아주고,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심어주었나 보다. 특히 요즘은 웬만한 일로 버럭 하지 않고 지낼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며 살아가는 느낌이다.



어떤 상황이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이 아님을 기억하라. 어떤 사람들이 우리를 아프게 만드는 것이 아니며, 환경이 우리를 억누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신경계를 자극하거나, 신경을 건강하고 고요하며, 안정되게 만드는 것은 우리가 상황과 사람을 마주하고 대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왜 스미스 여사는 내 신경을 긁을까?』 23쪽



나는 소용돌이치는 상황에 들어가면 버텨낼 힘이 없다. 강한 사람들 틈에서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겉으로 우유부단하고 속으로 나를 찌르는 사람이랄까. 그래서 상황과 사람을 마주하고 대하는 방식이 영 서툴다. 그런데 같은 질문에 다르게 반응하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니, 상황 자체가 아니라 상황을 받아들이는 내 마음에 따라 무게는 달라진다는 것을 인식한다. 역시 상황은 달라진 것이 없어도 내 마음이 단단해지면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정말 힘든 때에 나는 나에게 수시로 '괜찮아'라며 주문을 걸었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냐고 물어보아도 괜찮다고, 잘 지내고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사실은 그렇지 않으면서 말이다. 지나고 나서보니 너무나 힘든 기간이었는데, 그때는 몰랐다. 정말 힘들고 세상은 내 편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볼 때 나는 정말 괜찮아 보였을 수도 있다는 것을. 『1미터 개인의 간격』에서 내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내 마음을 들여다보았다.



지금 자신의 모든 것을 불태우며 노력하고 또 인내하지 못하는 것 같아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이들은 이와 같은 유행에 편승하는 조언을 들으며 위로라는 선물을 받는다. 그래서 어떤 상황에 놓여 있든 '괜찮아'라고 긍정해주는 콘텐츠가 넘쳐난다. 그런데 정말 괜찮은 사람은 괜찮다고 되뇔 필요가 없다. 자기 삶의 방식에 왈가왈부하지 말라고 여러 번 선언하는 사람은 사실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며 상처 받지 않을 준비를 하는 중이다.
『1미터 개인의 간격』 63쪽




생각해보니 내 마음이 단단해지고 쉽게 상처받지 않는 데에는 정리의 힘도 한몫한 듯하다. 바라만 보아도 속이 탁탁 막히는 상황에서 내 속도에 맞게 조금씩 정리를 이어가고, 그것이 나에게 영향을 주었던 것이다. 환경과 내가 서로 상호작용을 하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간과 내가 따로따로인 것이 아니라 함께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는 내가 만들어가는 공간이고, 내 마음에 들어야 하는 공간이며, 공간도 나도 서로 맞아야 하는 것이다. 오늘도 내 공간에서 내 삶에 의미를 더해주는 물건들을 살펴보며 하루를 시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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