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를 책으로 배운 정리 귀차니스트의 정리 이야기
오늘도 후다닥 눈앞에 보이는 흐트러진 물건들을 정리하고, 청소기 한 번 싹 돌린 후에 글을 시작해본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오늘은 무엇을 쓸까' 생각하다가 어젯밤 떡볶이 먹은 이야기부터 하기로 한다.
어젯밤 야식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먹고 배 두드리며 무척이나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나에게 선물로 주기로 했는데, 이미 두 번의 선물을 다 사용해버린 것이다. 아쉬운 만큼 더 애틋하다. 다음은 더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맛있게 되새기는 행복이다.
문득 사이토 다카시의 에세이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가 떠오른다. 살다 보면 정말 별 것 아닌 아주 사소한 무언가로도 충분히 살 만하고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글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어떤 상황에서 행복하다고 느꼈던가?" 돌이켜 보면 단순하게도 사우나와 군만두, 두 가지가 떠오른다. 나는 20대 무렵부터 지금까지, 사우나에서 땀을 흠뻑 흘리고 난 뒤 군만두를 먹을 때마다 행복의 기준이 충족되고 있다는 느낌이 꽉 차오르곤 했다. 더구나 그 행복감은 현재 절대로 변하지 않는 축으로써 나를 지탱하고 있다. 사우나와 군만두는 무척 소박하다. 돈도 별로 들지 않는다. 행복이 그렇게 단순한 것이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이 두 가지가 나를 만족시켜 주는 행복감의 토대라고 스스로 확실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물론 좋은 일이나 즐거운 일은 그 외에도 많지만, '이 두 가지만 즐길 수 있다면 아무 걱정 없다!'는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어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효과도 배가 된다.
『만두와 사우나만 있으면 살 만합니다』 16쪽
사실 그 책을 읽고 나서 아주 사소하지만 기분을 좋게 하는 것들의 리스트를 작성해놓고 있다. 그렇게 하면 행복해진다는 절대적인 행복론을 구축해놓아야 힘들 때 버틸 수 있으니 말이다. 그중 떡볶이 해먹기도 포함된다. 판매하는 대기업 그 제품 사다가 해 먹는 것이다. 사실 이 동네는 길거리 음식도 없고 배달도 되지 않아서 요리 못하는 내가 떡볶이를 먹는 최고의 방법이 그거다. 떡볶이는 밤에 생각나는 음식이어서 그런 편이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
『매운 인생, 달달하게 달달하게』에서 경제학자 우석훈은 이렇게 말한다. "행복은 복리로 이자가 붙는 정기예금과 완전 반대의 금융상품이다. 지금 바로 꺼내 써야 한다. 행복은 연습이고, 훈련과 같다. 그리고 기술이기도 하다. 기술도 자꾸 써봐야 느는 것처럼, 행복도 쓸수록 늘어난다. 행복의 기술은 점점 더 늘어나고, 행복의 크기도 점점 더 커진다."라고 말이다.
헤르만 헤세의 시 <행복해진다는 것>은 이렇게 시작한다. '인생에 주어진 의무는 다른 아무것도 없다네. 그저 행복하게 살라는 한 가지 의무뿐. 우리는 행복하기 위해 세상에 왔지.'라고 말이다. 삶이 고단하고 무기력해지고 힘에 겨울 때에는 문득 이 시가 떠오른다. 대단한 무엇을 바라기보다는 지금 이 순간 소소한 행복을 누리고 싶으니 말이다. 무언가 애써 이룩하려고 노력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끔은 그저 행복 하나 건지면 그게 인생 아니겠는가 싶어서 마음이 벅차오른다.
때로는 지난 시간을 생각해보면, 너무 나 자신을 다그치지 않아도 되었는데, 너무 진지하지 않아도 좋았을 것을, 너무 감탄사를 아끼지는 말 걸, 충분히 만족하고 누려도 좋았을 것을 등등 생각이 많아진다.
행복이 뭐 별 건가. 특히 요즘은 이 정도면 족하다. 최선의 정리가 된 공간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책 읽는 것이 행복이다. 거대하고 거창한 무언가는 잘 모르는 일이어도 지금 챙길 수 있는 것은 잘 챙기며 소소한 행복을 누리려고 한다. 오늘은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