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가지치기

by 호접몽

단순하고 정갈하게 살고 싶다. 아직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다. 어쩌면 꽤나 오래 더 희망사항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살면서 물건도 추억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물건들이 가득한 건 내 공간뿐만은 아니다. 돌아다니다 보면 시선을 복잡하게 하는 구조물들도 가득하고, 타인의 공간도 만만치 않다. 나도 복잡하고 세상도 복잡하다. 가지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연 예전에는 어땠을까? 문득 백 년도 더 전에 출간된 책 『단순한 삶』을 떠올린다. 이 책은 '심플라이프'를 최초로 전파한 백 년의 고전이라고 한다. 저자는 샤를 와그너. 프랑스 목사다. 1895년에 출간된 대표작 『단순한 삶 La vie simple』은 프랑스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1904년에는 그의 책에 감명을 받은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의 초대로 미국을 방문해 백악관에서 강연을 하기도 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단순한 삶은 현실에서 이루기는 힘들고 그저 이상향 같은 거였나 보다. 


열에 들뜨고 갈증으로 목이 타는 환자는 자면서 서늘한 개울물에 몸을 담그거나 맑은 샘물을 벌컥 들이켜는 꿈을 꾼다. 마찬가지로 복잡다단한 현대 생활에 지친 우리의 영혼도 단순함을 꿈꾼다. 
『단순한 삶』 초판 서문 중에서



이 책에서는 단순한 삶을 열망하는 것은 말 그대로 가장 고결한 인간의 운명을 완수하고자 열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신기한 것은 그때나 지금에나, 어느 시절에 읽어도 어울릴 법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세상은 점점 복잡해지지 단순해지지는 않으니, 덜어내고 여백을 남기는 것이 미덕인 것이다.



또한 단순함은 일종의 정신 상태라며 '단순한 정신'을 강조한다. 생각부터 먼저 정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눈앞에 보이는 것은 물론, 마음까지 단순하게 가지치기를 해야 할 것이다.



세상 모든 복잡한 문제에 대응하는 단순한 규칙을 다룬 책 『심플, 결정의 조건』에서도 사람들은 단순성을 열망한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는 파산 직전에 몰렸던 애플을 부활시킨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자신의 사고를 명료하게 다듬어 단순하게 만들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일단 그것을 해내면 산이라도 움직일 수 있습니다. 노력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죠." 

『심플, 결정의 조건』 286쪽, 파산 직전에 몰렸던 애플을 부활시킨 비결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스티브 잡스의 답변



단순한 규칙은 주의력을 집중시키고 정보 처리 방식을 단순하게 만들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지름길 전략이다. 단순한 규칙은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규칙을 사용할 특정한 상황과 사용하려는 사람에게 맞춰 결정된다. 우리 모두는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매일 단순한 규칙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전에는 절대 이메일을 확인하지 않는다거나, 첫 데이트에서 자기 얘기만 늘어놓는 사람과는 다시 만나지 않겠다고 결정하는 사람도 있다. 단순한 규칙을 따른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더라도 무엇을 입을지, 어디에 투자할지, 건강을 어떻게 유지할지 결정할 때 단순한 규칙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심플, 결정의 조건』 13쪽



어쩌면 인생은 지극히 단순한데, 왠지 이게 답이 아닌 것 같다며 복잡하게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처음 생각할 것이 정답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한 가지만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여유 있게 이것저것 물건을 늘려가는 것도 무언가 자신 없고 불안한 마음에서 일 것이다.



과일나무까지도 가지치기를 함으로 더 알차게 수확을 얻을 수 있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지치기를 해야 우선순위를 둔 일들에 더 집중을 하고 좋은 결과를 맺을 것이다. 인생도 정리도 가지치기가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은 생활에서 중요한 일들을 큰 틀에서 남겨놓고, 잔가지치기를 시도해보아야겠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밥솥 청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