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는 발상의 전환을 하며 집에서도 얼마든지 파랑새를 찾는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노력 중이다. 의외로 평범하고 지루한 듯한 일상을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방법들을 발견한다. 코로나 시대의 답답함은 그냥 내 안으로 시선을 돌리고 이곳에서 즐거움을 찾는 것으로 마음을 바꾸는 것으로 버텨내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씩 발견해내는 즐거움이 있다. 얼마 전 읽은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에서 알려준 '스테이케이션 staycation'도 좋은 방법이다.
어느새 당신은 더는 먼 곳을 그리워하지 않고 지금 이대로, 그 자체로 충만하다는 것을 깨달을 것이다. 집에는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 모든 것이 있으니까. 호텔에서 제공하는 베개가 아닌 내 몸에 딱 맞는 베개가 놓인 깨끗한 침대, 비가 오건 햇볕이 쨍쨍 내리쬐건 상관없이 필요한 옷이 모두 진열된 옷장,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깨끗한 물. 그리고 잘 열리고 잘 닫히며 열린 하늘을 내다볼 수 있는 창문. 많은 사람이 떠나고 텅 빈 여름, 도시에서 집에 머무는 사람들은 그동안 그리워하던 나의 공간을 오롯이 만날 수 있다.
『호텔 대신 집에 체크인합니다』 66쪽
실제 여행을 떠나도 계획했던 것을 다 못 보는 건 체력의 한계가 큰 영향을 미친다. 꾸역꾸역 다 본다고 해도 무거운 몸을 이끌고 터벅터벅 걸어 다니는 경우였다. 나중에는 그곳에 간 것만 기억나지 무엇을 했는지 기억조차 희미해진다. 계획한 모든 것을 다 볼 수 없고 시간은 한정되어 있으니, 여행이라는 것이 더욱 미화되는 것이다.
4년 전 이 즈음에 파리 여행을 했다. 요즘은 태블릿에서 이전 사진을 보여주는데, 며칠 전에 '4년 전 오늘'이라며 보여준 사진에는 파리 여행 사진이 있었다. 덕분에 예전 여행을 떠올리며 기분이 묘해졌다. 그때처럼 여행을 계획하면 휙 떠날 수 있는 상황이 언제 다시 오기는 할까, 아득해진다.
그 당시 루브르 박물관에 하루 일정을 잡고 갔는데, 그곳은 엄청 넓고 예술품들은 가득했다. 하루 일정으로는 어림없는 곳이다. 나중에는 처음 설레던 마음은 사라지고, 감탄도 쏙 들어가고는 죄다 명화가 널려있는 그곳에서 아무 감흥 없이 터덜터덜 출구만을 찾았다. 다시 나에게 선택의 순간이 온다면 그곳에 또다시 가는 것보다는 책이나 다큐멘터리를 선택하겠다.
아무튼 그 책이 '내 방에 체크인'하는 '내 방 여행'을 감행하도록 했다. 그런데 방 청소는 내 몫이다. 그냥 여행 비용 마련을 위해 청소 아르바이트를 한다고 생각해본다. 훨씬 즐겁게 청소를 할 수가 있다. 그러면 내 방에 체크인을 하고 무엇을 할까.
오늘 하루 '멍 때림이 만드는 위대한 변화'를 몸소 느껴보려고 한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지루함을 제대로 누려볼까 한다. 그러기 위해 디지털의 맹공격에서 벗어나는 '페이크케이션'을 떠나보기로 한다.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책에 나온 방법이다.
페이크케이션('가짜'를 뜻하는 'fake'와 '휴가'를 뜻하는 'vacation'의 합성어)를 떠나라. 페이크케이션은 우리를 피곤하게 하고, 주의를 분산시키고, 집중을 방해하는 디지털의 맹공격에서 벗어나는 시간이다. 일상적인 것을 초월해서 혼자만의 생각을 침해하는 모든 것으로부터 탈출하는 시간이다. 나는 이 도전을 좋아한다. 이 도전은 나에게 숨 쉴 공간 (읽고 답해야 하는 압박감에서 벗어나는 안도감)을 준다. 생각을 멈추고 어항 속의 금붕어가 된 것 같은 답답한 상태에서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이다.
『심심할수록 똑똑해진다』 214쪽
여기까지 쓰다가 한참을 '멍때리기'를 해버렸다. 어서 글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멍도 때려주고 나 자신에게 선물도 주면서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야겠다. 그나저나 오늘도 체크인 할 내 방 먼저 청소를 해야겠다. 오늘만이라도 하루를 길게 늘여서 누려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