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과 음악

by 호접몽


여행을 하면서 음악은 나의 시선 밖에 있었다. 사실 배낭 하나에 온갖 짐을 눌러 담다 보면 CDP라든가 카세트를 챙길 틈까지는 용납하기 힘들었다.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것이다. 앗,라떼는말이야가 되어버린 듯하다. 사실 여행 중에 짐이 짐이 되어 헉헉거리다 보면 누군가가 그랬다는 말이 떠오른다. 눈썹까지 뽑아놓고 싶다는 그 말에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여행에 음악이 들어온 때가 있었다. 내 생각을 완전히 바꿔놓은 여행자를 만난 것이다. 인도 바라나시 여행을 하며 만난 여행객이었다. 말없이 가트에 앉아서 물결을 바라보고 있는데 한국에서 왔다며 말을 거는 것이었다. 보통 그렇게 대화를 나눌 때에는 여행한 지 얼마나 되었는지, 여정은 어떻게 되는지, 어디가 좋았는지, 그럭저럭 평범한 이야기가 몇 번 오가곤 한다. 그런데 한 마디 더했다.



"언니, 이런 데서는 음악을 들어줘야 해요. 여기에서만 들을 수 있는 음악, 한번 들어보실래요?"


이어폰을 건네받고는 갠지스강을 바라보며 말없이 음악만 들었다. 어찌 표현하기 힘든 전율이 느껴졌다고 할까. 잔잔하던 강이 입체적으로 몰아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행에 음악을 함께 하기 시작한 것이 그 무렵부터였던 것 같다. 때로는 귀에 들리는 음악이 보이는 세상을 180도 바꿔놓을 수도 있으니까.




과거 음악 연구 사이트를 운영하는 아제이 카리아가 미국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의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사람은 평균 33세부터 새로운 음악을 듣지 않는다'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10대에는 대중음악에 심취하며, 20대를 지나면서 점점 흥미가 줄어든다고 한다. 생소한 유행 장르를 따라가는 것도, 또 신곡들을 찾아 듣는 것도 귀찮기에 기존에 듣는 범위 내에서만 듣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 보았는데 책 제목이 떠오르지 않아 검색함)





생각해보면 나의 10대는 한쪽 귀에 이어폰 끼고 몰래 음악 듣는 것이 낙이었다. 자율학습 시간은 사실 음악 감상도 하고 다이어리를 끄적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20대에는 굳이 숨겨가며 음악을 들을 필요가 없으니 점점 나의 관심사에서 멀어졌고, 그렇게 음악은 새로운 것보다는 예전 음악을 꺼내들었을 때 마음에 와 닿는다. 하지만 그 조차도 지속적이지 못하다. 이미 음악은 나를 너무 많이 떠나가버렸나 보다. '음악' 하면 이렇게 과거 어느 순간을 떠올릴 때에나 생각나는 것을 보면 말이다.



사실 갠지스강을 바라보며 들은 그 음악은 그때 유행하던 평범한 음악이었다. 지금은 그때 만난 여행자도, 그때 들은 음악도, 그 무엇도 기억에서 희미해져버렸지만, 여행에 음악이 함께 하면 감동이 배가되고 여행지가 입체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이었다.



문득 아직도 처리하지 않은 CD와 카세트테이프가 떠오른다. 이미 많은 것을 버렸지만 끝내 가지고 있자고 생각한 것 중에 인도에서 사 온 CD와 카세트테이프가 있다. CD 플레이어가 고장이 난 데에다 이미 그걸로는 음악 감상을 하지 않으면서도 차마 버릴 수 없는 것은 그때 여행하던 그 마음까지 잊어버릴까 봐 흔적을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오늘은 인도 음악을 검색해서 들으며 여행의 추억을 충분히 떠올려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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