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하면 떠오르는 것이 하얀 눈, 크리스마스 선물, 썰매 끄는 루돌프 사슴, 빨간 복장의 배 나온 산타 할아버지(후덕해 보이려면 배가 나와야 한다), 빨간 선물 보따리(선물 몇 개는 보따리 위로 삐져나와야 한다), 눈 쌓인 지붕, 크리스마스 캐럴… 뭐 그런 것들이 있다. 나에게 크리스마스 캐럴은 일 년 내내 문득 떠오르는 음악이긴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시즌에 맞는 노래이니 오늘이 지나가기 전에 열심히 불러대야겠다.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니 '크리스마스'에 대한 생각을 해봐야겠다. 사실 여행 중에 크리스마스 기간이 겹치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동네에서 부담 없이 즐기는 것이 좋았으니 말이다. 돌아다니는 곳곳 번쩍번쩍 트리를 장식해놓고, 길거리에는 캐럴도 나오고, 함박눈까지 내리면 그야말로 분위기 최고였다. 성당에서 성탄예배를 본 적도 있다.
인도 여행은 주로 겨울방학 기간에 갔는데, 그 기간이 인도에서는 늦가을 정도의 날씨이다. 눈 내리는 풍경은 인도 북부로 가야 볼 수 있다는데 굳이 추운 곳으로 일부러 찾아가고 싶지 않으면서도 눈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기도 했다. 추운 겨울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하느라 그 겨울을 통째로 날리는 것도 내심 서운했다.
게다가 인도는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남부까지 내려가지 않는 한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전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날이 그날인지 잘 모른 채 연말연시를 맞이하곤 했다. 하지만 스리랑카에서 처음 본 크리스마스 분위기는 색다르게 기억된다.
엄마와 함께 여행한 가장 최근 인도&스리랑카 여행이었다. 다 짜인 루트를 따라가는 여행이 너무 싫었지만, 내가 일일이 코스를 짜고 티켓 예약에 숙소까지 알아보자니 그게 더 싫어서 여행 루트와 숙소, 버스나 기차 티켓, 그리고 스리랑카까지 가는 비행기 티켓까지 해결되는 여행을 예약했던 때였다.
인도 여행의 끝에 스리랑카를 간 데다가, 스리랑카 여행은 패키지여행처럼 투어버스로 내리라면 내리고 타라면 타고 그렇게 다니면 되던 때였다. 수동적인 여행이 되고 보니 흥미를 잃었다. 다 왔다고 내리라고 하면 그냥 차에서 쉬고 싶다가도 언제 또 보겠나 싶어서 내려서 돌아다니고… 그렇게 피로가 누적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당시, 나의 시선을 끌었던 것이 있었으니, 바로 길거리 곳곳에서 보이는 산타풍선이었다. 노점이든 상점이든 산타풍선 몇 개씩은 걸려있었던 것이다. 조잡한 프린팅의 산타모양이었는데 왜 그것이 그렇게 귀여웠는지 충동구매를 할 뻔했다. 물론 비행기에 온전히 가지고 올 수 없으니 구입을 포기했지만, 사실 하나 사서 숙소에라도 걸어놓아도 좋았을 것이다. 아니면 사진이라도 찍어두던지.
어쩌면 그때 나에게 필요했던 것은 스리랑카의 이국적인 풍광이 아니라,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영하의 날씨와 달콤한 휴식, 걸어놓은 양말에 무슨 선물이 들어있을까 두근두근 기다리며 설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아니었을까. '크리스마스는 역시 맵고도 눈도 오고 선물도 받을 수 있는 한국이 최고!'라는 뜬금없는 마무리로 오늘의 글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