쌓인 업무가 주는 두려움을 해결하는 방법
긴 연휴만큼 직장인을 설레게 하는 시간이 또 있을까.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휴일은 주말로 정해져 있다 보니, 뜻밖의 연휴는 존재만으로 우리를 미소 짓게 한다.
달력을 열었을 때 빨간 숫자가 많은 달이면 시작도 되기 전에 마음이 푸근해진다.
이번 연휴 역시 꽤 길었다.
추석 연휴가 주말을 지나고 기가 막히게 월요일부터 시작됐으니,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기본적으로 5일은 쉬었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전후로 연차를 썼다면 5일 이상의 휴가를 즐길 수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는 긴 휴일이 흔치 않다 보니 더욱 달콤하게 느껴졌을 것이다.
하지만 긴 연휴의 한 가지 단점은 업무에 복귀하는 게 두려워진다는 것이다.
쉬는 동안에는 두말할 것 없이 좋지만, 연휴가 막바지에 접어들 때면 그간 쌓여있을 일들이나 나중에 하자며 미뤄둔 일들이 머릿속에 스멀스멀 떠오른다.
개인적으로는 연휴 마지막 날 오전 시간을 보낸 뒤, 정오가 지나면 그 기분이 시작되는 편이다.
오후가 됐으니 곧 저녁이 올 것이고, 내일 아침도 머지않겠구나 - 하는 생각에 좌불안석이 된다.
업무가 바쁜 때라면 걱정의 크기가 꽤 커져서, 쉬는 게 쉬는 게 아니게 된다.
그래서 업무를 본격적으로 재개하기 전,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확인해 보는 편이다.
사실 쌓여있는 메일함만 해결해도 꽤 많은 도움이 된다. 심적 위안을 얻을 수 있는데, 마음이 편해진다는 것은 우리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연휴에는 '일 생각하지 말고 푹 쉬어야 한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하지만 드문드문 떠오르는 일 생각은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것이기에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나는 연휴 중 업무 생각이 나면 '맞아! 그거 해야 하지. 까먹을 수 있으니 캘린더에 적어놔야겠다' 하며 일종의 안전장치를 만들어두거나, 여유가 된다면 그 자리에서 일을 해결하는 편이다.
그리고 '또 일 생각을 했네'라고 느끼기보다는, '생각나서 다행이다'라고 받아들인다.
온라인 공간을 떠도는 밈 중 '월요병을 고치는 방법'이라는 콘텐츠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정답은 바로 '일요일에 일한다'이다.
누군가에게는 '나 놀리나?' 싶은 말장난으로 느껴지겠지만, 이 방법만큼 실질적으로 도움 되고 효과적인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비유로 표현을 해보자면 운동하기 전에 스트레칭을 하는 것과 같다.
우리 몸도 편하게 누워있다가 갑자기 고강도의 운동을 하면 신체가 놀라서 되려 몸이 상하거나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벼운 스트레칭으로 잠들어 있던 근육들을 깨워주면서, 곧 다가올 강도를 이겨낼 수 있도록 준비해두는 것이다.
요즘은 워라밸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을 촌스러운 사람, 자기 자신을 챙기지 못하는 사람으로 그리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일과 삶의 균형이 이뤄진다는 것은 실현하기 어려운 일이고,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일을 '통제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결국 더 큰 압박감을 갖게 하는 마인드다.
그러니 그 가치관에 매몰되기보다는, 내 상황에 따라서 언제는 일에 시간을 조금 더 투자하고, 여유가 될 때는 내 삶에 더 우선순위를 두는 방식이 훨씬 낫다.
내일이 걱정되는가? 메일함이라도 확인해 보자.
그것도 어렵다면 캘린더를 켜서 내일 해야 할 일을 확인한 뒤, 그 일들을 해결해 가고 있는 나 자신을 이미지 트레이닝하자. 일들의 우선순위를 정해두자.
나 역시도 휴일이 끝나가니 일 걱정이 시작돼서, 그간 쌓인 메일을 해결하고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한 후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이다.
마음이 한결 편해졌고, 내일이 두렵지 않다.
글 쓰고, 와인 한잔한 뒤 이런저런 정리를 하고 침실로 갈 예정이다.
월요병을 극복하는 방법은 월요일을 두렵지 않게 만드는 것이고, 매사에 두려움을 없애는 가장 좋은 방법은 '대비'를 해두는 것이다.
생각보다 쉬운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내일을 위해 기꺼이 잠깐의 시간을 투자해 보자.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