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샌디노트 Sep 28. 2024

무더운 여름도 결국 끝이 있다

영원한 고통은 없다.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더위가 가시질 않아 ‘올여름은 왜 이렇게 기냐’는 투정이 여기저기서 들렸는데, 오늘은 새벽부터 느껴지는 찬 바람 때문에 덮고 있던 이불을 목까지 끌어올리게 되는 정도였다. 


지난주까지는 반팔이나 민소매를 입어도 더웠지만 오늘은 반팔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반팔을 입었다가는 하루 종일 춥다고 후회하겠지 싶은 생각이 들어서 긴팔을 입고, 외투까지 걸친 뒤에 출근했다.


일종의 생존 본능인지, 이번 주말에는 가을 옷들을 꺼내둬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업무를 마친 뒤 퇴근을 하며 회사 출입구 문을 열고 나왔는데, 밤바람이 피부에 닿자마자 역시 가을이구나 하는 생각이 다시 한번 들었다.


아침의 바람과 다르게 밤의 바람이 주는 또 다른 느낌이 있는데, 그 또한 느낀 것이다.


단순 온도의 차이가 아니라 오감으로 느껴지는 것이기에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을의 밤바람이 주는 특유의 그 분위기 와 향기가 있다. 


그렇게 가을을 아침, 저녁으로 느끼고 나니 왠지 묘한 기분이 들었다.








올해는 가을이 시작되는 상징인 추석을 ‘여름 추석’이라고 불렸을 정도였다. 


시원해져야 하는 때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시원해지지 않아 모두의 짜증 지수를 올리는 요즘이었다.


하지만 이제 당분간은 그 고통을 겪지 않아도 될 듯하다. 왠지 다른 나라의 온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날씨가 변해버렸다.





그렇게 ‘드디어 더위가 끝나는구나’ 싶은 생각을 하다가도, 마음 한편에는 올해 여름도 정말 끝난 건가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한다.


유독 고통스러운 여름이었지만, 그래도 높은 기온 덕분에 즐길 수 있는 것들도 많았기 때문이다.


여름의 상징인 초록 잎을 좋아하는 나라,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가만히 바라보며 멍 때리는 게 작은 행복 중 하나였다. 


하지만 곧 색깔이 바뀌고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앙상해질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 아쉽다.


그런 기분 때문인지 나무에 달려있는 녹음들도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녹음(綠陰) 말고도 더운 여름이 주는 선물들이 많았다.


시원한 매미소리와 파란 하늘,

그리고 시원한 음료가 두 배로 시원했고,

차가운 음식이 주는 상쾌함을 두 배로 즐길 수 있었다.

그리고 여름에만 즐길 수 있는 제철 과일들이 더욱 달콤했다.


이제 그것들을 1년 뒤에야 즐길 수 있다고 하니 괜히 아쉽게 느껴진다.









역시나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들은 결국 떠나거나 끝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끝나면 괜한 아쉬움이 남을 때도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끝이 날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끝없이 나를 따라다니며 괴롭힐 것만 같아 또 다른 스트레스를 얻게 된다.


하지만 여름은 끝나고 가을은 온다.


그러니 현재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에 너무 얽매이기보다는 이 또한 언젠가 지나가겠지 하는 생각을 가져보는 게 좋겠다. 




너무나도 더운 여름이지만 결국 때가 되면 결국 평온함은 찾아온다. 또 얼마 지나지 않으 추운 겨울이 오겠지만 그 또한 지나가고 따뜻한 봄이 올 것이다


현재의 고통에 매몰되기보다는 그것만이 주는 이점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한 여름의 풍경을 다른 계절들은 절대 보여줄 수 없으니 말이다.



여름 잘 가-



끝.




작가의 이전글 간만의 출근이 두렵다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