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하지 말 것

by 샌디노트

오늘은 11시 50분에 영어수업이 예정된 날이었다.

오전 업무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활용해 수업에 참여할 생각으로, 미리 준비도 해둔 상태였다.


하지만 계획이란 대체로 그렇게 흘러가지 않는 법 -


평소보다 이른 시간부터 업무에 문제가 생겼다.

초반에는 의사소통으로 풀 수 있는 수준의 이슈라, 하나하나 해결해나갔다.

그리고 11시 30분쯤, 수업을 20분 앞둔 시점에 결국 결정적인 문제가 터졌다.

이번에는 시스템 문제였다.

당장 해결할 수는 없지만,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순간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올라왔다.

“아, 이거 오늘 해결 안 되겠는데” 하는 직장인으로서의 난처함과

“아, 오늘 수업 못 가겠는데”라는 개인으로서의 아쉬움이었다.


지난 수업도 휴가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던 터라, 오늘 수업을 유독 기다리고 있었다.

계획했던 것을 지키지 못한다는 사실, 그리고 선생님과의 약속을 어기게 된다는 점이 꽤 속상했다.


11시 50분이 되자 수업 알림이 떴다.

잠깐 접속해 급한 업무가 생겨 참석하기 어렵다고 말씀드린 뒤, 곧바로 다시 업무로 돌아왔다.

출석부에는 ‘결석’이라는 표시가 남았다.


개근상이 최고의 상이던 90년대생에게, 결석은 괜히 죄책감을 불러오는 단어였다.

그래서인지 왠지 마음이 한 번 더 쓰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문제 해결에 집중했다.

해당 시스템은 해외에서 운영되는 플랫폼이어서 국제전화로 담당자와 통화를 해야 했다.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서,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게 됐다.


그렇게 열심히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결국 해결을 하게 됐다.

전화를 끊고 나서 생각해 보니 나는 영어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실전 영어였다.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정도면 영어수업보다 나은데?”


사실 영어수업에 참석하지 못하고, 출석부에 <결석> 표시가 찍혔다는 게 꽤나 속상했다.

왜 하필 이 타이밍에 일이 터졌을까 하는 원망도 잠깐 스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나는 그 시간 동안 영어로 소통했고, 오히려 수업 시간보다 더 길게 했다.

여러모로 더 뿌듯한 경험이었다.


조금 여유가 생기니 내가 괜히 그 짧은 시간 동안 일희일비했다는 걸 깨달았다.

계획이 어그러졌다고 해서 그 시간이 완전히 무의미해지는 건 아닌데 말이다.

형태만 달라졌을 뿐이지, 나는 결국 하고자 하는 시간(영어를 쓰는 시간)은 가질 수 있었다.


위기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말도 떠올랐다.

앞으로 우발적인 상황이 일어난다면, 오늘을 떠올려야겠다.

결국 지나고 나면 별일 아닐 것이고,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모든 상황에는 배움이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알아차리냐, 아니면 놓치냐의 차이이다.

일희일비하지 않는 태도는 결국 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줄 것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2026년에 이루고 싶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