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왜 문장을 잃어버렸을까

자음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아이들

by 샌디노트


최근 한 뉴스기사를 접했다.


전쟁 뉴스와 유가 상승처럼 세상이 어수선한 소식이 많은 요즘이지만, 내게는 이 기사가 더 크게 다가왔다.


기사는 초등학생의 문해력에 대한 내용이었다.



경기 용인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6학년 학생들에게 1970년대 민주화운동에 대해 설명한 뒤, 감상문을 쓰는 시간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고 그 감상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개고생한듯 ㄷㄷ"

"독재는 에바각ㅠ"


물론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말투다. 하지만 그것이 초등학생의 글이라는 점, 그리고 그 글의 주제가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사건인 민주화운동이라는 점에서 가볍게 넘기기 어려웠다.


초등학생은 말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한창 넓혀 가야 하는 시기다.

형식이나 문법이 완벽할 필요는 없더라도, 느낀점을 자기 언어로 표현해 보는 연습은 꼭 필요하다.


초등학생이면 말과 글로 자신의 생각을 한참 표현해야 할 나이이다.

글의 형식이나 문법을 생각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여과없이 표현해봐야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ㄷㄷ”나 “ㅠ” 같은 표현이 “안타깝다”, “먹먹하다”, “충격적이다” 같은 감정을 대신하고 있었다.

물론 짧고 쉬운 표현이 감정을 빠르게 전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만큼 생각도 함께 짧아지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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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으로서, 그리고 글쓰기를 좋아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서 아이들의 문해력이 걱정됐다.

안타깝고 속상한 마음도 들었다.

글쓰기는 단순히 문장을 적는 행위가 아니라,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이해하며 세상을 해석하는 활동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으로는 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의 의미를 아이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는지 궁금해졌다.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가벼운 일화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디지털 시대를 지나며 글쓰기와 문해력의 중요성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그 속도는 더 빨라진 듯하다.


이제 우리는 복잡하게 문장을 다듬지 않아도 된다.

내가 전하고 싶은 내용을 몇 줄만 던져 주면, AI가 완성도 높은 문장으로 순식간에 글을 만들어 준다.


물론 편리하다.

나 역시 그 편리함을 모르는 건 아니다. 형식적인 글을 쓰는 상황에서는 AI를 활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편리함을 활용하는 만큼, 그 편리함이 우리에게 미칠 영향도 함께 생각해봐야한다.


문해력이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생각의 폭이 좁아진다는 뜻과도 닿아 있다.

같은 것을 보고 들어도, 그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힘이 부족하면 사고는 자연히 제한될 수밖에 없다.


모든 사람이 다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요즘은 문해력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여러 순간에 실감하게 된다.

특히 그 능력을 길러야 할 어린 아이들에게서 그런 모습이 보일 때 더 마음이 무거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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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여 쓰면 편한 말은 많다.

하지만 언어만큼은 편함만 좇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효율은 중요하지만, 말과 글에서까지 지나치게 효율만 따질 필요는 없다.

때로는 조금 불편하더라도, 천천히 길게 써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결국 쓰고, 읽고, 자기 언어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들이 더 오래 살아남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문해력의 중요성이 다시 개선되길 바라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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