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넘게 해 오던 요가를 잠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갑자기 요가를 멈추자 남편은 같이 달리기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 물었다. 요새 꽤 유행이라고도 했다. 그때만 해도 내가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운동 중 하나가 달리기였고 대체 왜 스스로에게 하는 고문 같은 운동을 사람들이 하는 걸까 싶었다. 그러다 어느 매체를 통해 기안 84가 마라톤 하는 모습을 보았고, 근무 중 어느 후배가 자신도 남편이랑 같이 달리기를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재미있다며 런데이라는 어플을 소개해주었다. 슬슬 마음이 움직였다. 나도 그럼 한 번 해볼까?
장비발이 가장 중요한 남편이기에 찾고 찾아 후기가 가장 좋고 가격대도 높은 어느 브랜드의 러닝화가 갖추어졌다. 택배가 오자마자 남편은 이미 운동화를 신고 아침, 저녁으로 집 근처 홍제천에서 달리기를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러닝벨트가 필요함을 느껴 이번에는 내가 쿠팡에서 후기가 좋고 가격은 저렴한 러닝벨트 두 개를 주문했다. 러닝화와 러닝벨트가 준비되어 있었음에도 나는 쉽사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맞나? 그저 유행이라, 남편이 하자고 하니까 마지못해 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시작을 차일피일 미루었다.
장비들을 갖추고 2주 정도 지났을까. 문득 이제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충 복장은 요가복을 입고 러닝화에 러닝벨트, 캡 모자를 눌러쓰고 에어팟으로 런데이 30분 달리기 도전의 첫 번째 트레이닝을 들었다. 귀로 가이드를 들으며 뛰라면 뛰고 걸으라면 걸으면 되니 쉽고 편했다. 첫날에는 1분간 뛰고 2분간 걷기를 번갈아가며 반복했다. 1분쯤이야, 게다가 뛰는 시간보다 중간중간 걷는 시간이 더 기니 부담이 없었다.
운이 좋게도 우리 집에서 10분 거리에 홍제천이 있었고 북쪽으로 2km 정도 가면 홍제폭포, 남쪽으로 5km 남짓 내려가면 한강 망원지구가 나온다. 게다가 홍제천 위에는 내부순환로가 늠름하게 자리 잡고 있어 영구적으로 햇빛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달리기를 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 갖추어져 있었다는 뜻이다. 늘 메인메뉴인 산에 갈 때만 홍제천을 사이드처럼 이용했다. 그런데 이제 사이드메뉴였던 홍제천이 메인이 되었다. 특히 산에 갈 때는 늘 폭포방향으로만 갔는데 (당연히 산이 그쪽에 있으니), 달리기를 하다 보니 더 길고 적당한 코스인 한강 방향으로 길을 선택하게 되었고 그곳에는 또 다른 새로운 세상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달리기를 하다 하늘을 보는데 하늘이 너무 예쁘다. 주위에 흐드러지게 핀 이름 모를 꽃들도 너무 아름답다. 시원한 바람이 땀을 씻겨주는 행복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다. 달릴 수 있는 건강한 신체가 있음에 감사함이 밀려온다. 이렇게 난 또 그동안 내가 모르고 살았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행복을 느낀다.
요가, 등산에 이어 이번에는 달리기다. 달리기를 통해 또 한 뼘 내가 성장하고 행복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