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탄불 2박 3일 비행이다. 다녀오면 한국에서 4일을 쉴 수 있다. 보통 장거리를 3박 4일로 다녀오면 이틀을 쉬지만, 장거리 2박 3일 일정은 현지에 도착해서 잠만 자고 다음 날 바로 출발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적으로 쉽지 않은 스케줄이라 오프가 4일이다. 그래도 아이들이 생긴 이후로는 되도록 한국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다.
안 그래도 이번 비행에서는 이스탄불에서의 스테이가 너무 짧기 때문에 외출할 생각이 아예 없었다. 그런데 호텔 방 침대에 누워 검색해보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고 하는 스타벅스 베벡이 바로 호텔 근처에 있는 게 아닌가! 당장 그날 밤 출발 비행이라 외출 자체가 부담스러웠지만 그래도 고민 끝에 나는 가기로 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조식을 먹고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만 한 잔 마시고 오자는 생각에 택시에 올랐다. 정말 10분도 걸리지 않아 목적지에 도착했다.
예쁜 사진을 담고 싶었지만 건물 앞의 자동차가 비킬 생각을 않는다. 그 차는 완벽한 타이밍에 완벽한 장소에 있었던 것이리라. 방해자는 나였다고 생각하니 아쉬움이 조금은 덜하다.
조식 뷔페에서 커피를 이미 마셨던지라 그냥 쿨 라임을 선택했다. 탁 트인 바다를 보니 왠지 상큼하고 시원한 쿨 라임이 당겼다. 터키 리라 환율이 많이 떨어진 상태라 음료값과 시티 머그도 가격이 굉장히 저렴했다. 물건을 많이 사지 않으려고 노력 중인데 한화 약 만 원 정도밖에 안 하길래 오랜만에 스타벅스 머그컵도 구매했다.
이곳이 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벅스라고 하는지는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알 수 있었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이 눈을 사로잡았다. 바다가 햇빛에 비쳐 반짝거리는 모습이 눈이 부셨다.
테라스 자리도 있었으나 날이 너무 더워 밖에서는 사진만 찍고 시원한 실내로 들어왔다. 이른 아침이어서 사람도 별로 없었다. 쿨 라임의 맛은 이미 다 아는 그런 맛. 시원한 바다와 참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의외로 해외에 나가면 나는 이국적인 곳에서 익숙한 것에 끌리는 것 같다. 스타벅스가 그 예이다. 현지의 로컬 맛집이나 로컬들이 주로 이용하는 곳들보다도 그 자체로 익숙한 스타벅스를 찾게 된다. 아무래도 해외에 있다 보면 낯선 환경 때문에 평소보다 긴장이나 스트레스가 높은 상태인데 그 와중에 스타벅스에 가면 이미 익숙한 맛, 익숙한 로고를 보며 안심한다고 해야 할까. 특히 혼자 외출할 때는 더욱 그러한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
창가에 자리를 잡고 가져온 책을 펼쳤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다. 아무도 방해하지 않는 장소에서 조용하게 책 읽기. 이날 읽은 책은 아니타 무르자니의 <나로 살아가는 기쁨>.
김새해 북튜버의 추천으로 읽고 있다. 임사체험을 한 본인의 독특한 경험을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저술과 강연 활동을 하는 작가이다. 긍정적으로 사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나 자신으로 사는 것이다, 우리의 존재 자체가 사랑이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사랑하라 등등 정말 좋은 내용들이 많다.
어느 정도 책을 읽고 스타벅스를 나섰다. 근처에 있는 공원과 선착장을 산책했다. 베벡은 규모는 작지만 정말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다시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왔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나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덕분에 이스탄불에 대한 소중한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얼마 후 확인해보니 승무원들의 이스탄불 체류 호텔이 변경되어 더더욱 베벡 스타벅스에 가기가 어려워졌다. 비행 연차가 쌓이다 보면 점점 호텔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밖에 나가는 것 자체가 귀찮아지고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 나가면 확실히 기분도 더 좋아지고 나중에는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진부하지만 정말 중요한 것 같다. 행복은 늘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