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혼자도 좋고 함께도 좋다
그냥 혼자서 무기력하게 집에 있다가 애들 데리러 가기 전에 얼른 다녀올까? 싶어 훌쩍 산에 가기도 합니다. 거창한 장비나 도구도 필요 없이 그저 운동화를 신고 물만 챙기면 됩니다. (약수터가 산 곳곳에 있긴 합니다만 음용하기에 부적합하다는 증명서가 붙은 것을 본 이후로는 되도록 물을 챙깁니다. 처음에는 너무 목이 말라 부적합 표시가 있는 줄도 모르고 맛있게 마셨는데 그 후에 다시 보니 부적합 표시가 있더라고요? 이건 마치 원효대사의 해골물 이야기에 버금가는 깨달음인가 싶었답니다. 한 모금은 괜찮겠지 싶어 부적합한 약숫물을 한번 더 마시기는 했지만 이후부터는 그냥 물을 챙깁니다.)
마음 맞는 친구와 함께 약속을 잡고 등산을 계획하기도 합니다. 몇 시까지 어디서 만나고 점심으로는 여름이면 늘 생각나는 연희동의 맛있는 중국냉면 집에 갈 생각에 전날부터 기대가 되기도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산을 오른다는 것도 참 좋습니다. 말동무가 되고 평소에는 잘 꺼내놓지 않는 속 깊은 이야기도 왠지 술술 나옵니다. 서로 위로를 하기도 하고 같이 멈춰 서서 쉬기도 합니다. 무거운 가방을 서로 바꿔 들어주기도 하고, 그 무거운 가방 속에 들고 온 얼음컵과 커피를 정상에서 함께 나눠마시기도 합니다.
혼자서 조용히 명상하듯이 오롯이 산과 교감하며 내가 없어지는 것 같은 순간을 경험하기에도 산은 완벽한 장소입니다. 이렇게 산은 혼자 가도 좋고, 누군가와 함께 가기에도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