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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을 오르며 인생을 배웁니다

7 정상에서

by mindful yj

우리는 산에 갈 때 보통 정상을 향해 걷습니다. 정상에만 도착하면 이 모든 힘듦이 끝날 거라 기대합니다. 실제 정상에 도착하면 어떨까요?


정상은 고요합니다. 정상은 늘 그랬던 것처럼 그저 그곳에 존재합니다. 나는 마치 정상과 한바탕 싸움이라도 벌일 것처럼 전투적으로 힘들다고 투덜대며 산을 오르지만 정상은 그저 고요하게 나를 맞이합니다.


잘했다고 칭찬을 하지도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그저 힘들었으니 조금 쉬었다 가라며 자리를 내어줍니다. 나는 그저 그곳에서 포기하지 않고 이 자리까지 온 나를 스스로 다독이며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멋진 풍경을 감상하면 됩니다. 이 자리에서 타인의 칭찬이나 인정은 불필요합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인정받기 위해 정상을 오른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정상에 도착한 후에는 더욱 중요한 일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안전하게 끝까지 내려가는 것이지요. 하산도 등산만큼이나 중요합니다. 오히려 더 쉬워 보이지만 다치기 쉬운 길이 산을 내려가는 길입니다. 그만큼 마음이 긴장을 놓고 있기 때문이지요.

인생의 서른 중반쯤 온 지금의 내가 있는 곳이 혹시 정상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덧 직장생활 10년 차에 안정된 결혼생활과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아들과 딸 그리고 내 소유의 집이 있으니 더 이상 무언가를 바라는 건 욕심인 건가 싶기도 합니다. 사실 더 바랄 것도 없습니다. 농담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나는 다 가진 여자’라고도 합니다.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산 정상에 올라서 보면 모든 것들이 내 발아래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충만함과 만족감은 삶에서의 사사로운 욕심을 내려놓게 합니다. 이제 조금씩 잘 내려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조금만 더 고요하게 이곳에 있다가 다른 이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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