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등산이 습관이 되기까지
산에 가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일단 집에서부터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가 않습니다. 더 정확히는 산에 가기로 마음먹기까지가 쉽지 않습니다. 산이 좋다고 일주일에 두세 번을 꾸준히 가는 저도 막상 집에 있으면 한없이 늘어지고 소파와 한 몸이 됩니다.
이는 나의 정신력이나 의지력의 문제가 아닙니다.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에게 운동은 해야 하는 걸 알지만 막상 하기는 귀찮은 무엇입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도움을 받아야 하고, 자극을 받고, 습관을 만들어야 합니다.
저도 등산을 습관으로 만들기 위해 일단 목표를 세웠습니다. 처음엔 일주일에 한 번이었습니다. 등산을 하기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만 가도 참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주 1회 등산을 하니 조금 부족한 것 같아 2회로 늘렸습니다. 그러다 기존에 하던 필라테스 회원권이 만료되자 그냥 (비싼) 필라테스는 그만두고 (무료인) 등산을 하루 더 늘려 일주일에 3회 가게 되었습니다.
지난 일주일 동안 휴가를 보내고 오늘 오랜만에 다시 산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양말을 신고 등산화를 신으니 설레기까지 했습니다. 그새 몸이 산을 까먹었으면 어쩌지 했으나 기우였습니다. 저만큼이나 제 몸도 산이 그리웠나 봅니다. 언제 휴가를 보냈냐는 듯 어제도 산에 다녀온 것처럼 금세 적응이 되어 그 어느 때보다 반갑고 즐거운 마음으로 산을 만났습니다.
덥고 습한 날씨 탓에 여기저기 못 보던 버섯들도 많이 자란 것 같습니다. 오랜만에 듣는 새들이 지저귀는 아름다운 소리에 눈물이 날 것 같다가도 커다란 벌이나 벌레가 가까이 오면 여전히 소스라칩니다.
오랜만에 다시 산에 가니 나에게 등산이 습관이 되었다는 것이 더욱 실감 났습니다. 산에 가지 않는 시간에는 괜히 소파에 누워 주전부리를 먹으며 의미 없는 인터넷 서핑을 하거나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고작인 것을 깨달은 후에는 이럴 바에는 그냥 산에 가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가지 말까라는 생각이 고개를 들기도 전에 일단 양말을 신습니다. 그러면 자동으로 가방을 챙겨 문을 나섭니다. 내 안의 에고가 구차한 변명을 대기도 전에 그저 행동합니다. 그러면 습관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