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결코 쉬워지지 않습니다 다만 지혜를 얻습니다
본격 산을 오른 지 한 달이 넘어가고 있습니다. 정상에서 타임스탬프로 늘 사진을 찍는데 그 사진이 어느덧 12장이 넘어가네요. 아직도 산린이의 수준에 그치지 않아서인지 등산은 여전히 힘이 듭니다.
왜 저는 산을 이쯤 탔으면 힘들이지 않고 정상까지 쉽게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을까요? 산의 초입에서는 여전히 앞으로의 오르막이 걱정되기도 하고 정상에 다 와갈 때쯤에는 여전히 숨이 턱끝까지 찹니다.
처음에는 쉬워질 줄 알았습니다. 300미터도 채 안 되는 이 산을 오르는 것이 몇 번 하다 보면 쉬워져서 또 다른 산을 가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열두 번을 다녀와도 여전히 등산은 힘이 듭니다. 결코 쉬워지지 않습니다. 다만 이 운동에 대한 지혜가 생기고 산에 대한 이해가 생깁니다.
물을 챙겨야겠구나, 가벼운 가방이 필요하구나, 두꺼운 양말을 신어야 겠구나, 최대한 불필요한 짐은 놓고 와야지, 운동을 기록해주는 스마트워치가 있으면 더 좋겠다, 이래서 사람들이 모자를 쓰는구나 등등… 직접 해보기 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들을 많이 깨닫게 됩니다.
한동안은 이 길로만 가보다가 다음번에는 다른 길을 가볼까? 싶기도 하고, 아 이 길보다는 저 길이 나한테는 더 맞는 것 같다 싶은 길을 만나게 됩니다. 어, 길을 잘못 들었나? 싶다가도 아 여기로 연결이 되는구나! 싶어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하나의 산에도 길이 셀 수 없이 많고 갈래 마다도 모두 다른 길로 이어지지만 결국 모든 길은 연결되어있습니다.
인생도 살면 살수록 더 쉬워지지 않습니다. 다만 삶에 대한 지혜를 배우고 인생의 깊이가 더해질 뿐이죠. 여전히 이 나이의 나는 처음이고, 예상치 못한 일들이 계속 일어나니까요. 다만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할 수 있다는 나 자신을 믿고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갑니다. 결코 쉬워지지 않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는 나의 인생길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