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Angela B Jul 19. 2017

EC : 뜻하지 않은 하루의 휴가

현재 페루 전역에서 공립학교 교사 파업 중입니다.




나는 한국-페루 교육부 MOU 체결 서류에 따라 모께구아 내 학교 두 군데를 나가는 데, 주로 나가는 곳은 COAR (Colegio de Alto Rendimiento, 페루 국립 영재학교 - 이하 꼬아르) 라는 곳이고, 나머지 한 학교는 I.E.Belaunde Terry (이하 벨라운데 테리) 라는 내가 사는 집 근처 공립 학교이다. 벨라운데 테리에 주 1회, 화요일만 출근을 해서 세군도, 즉 2학년을 대상으로 가르친다.


올해서야 첫 졸업생이 나오는 신생학교이지만 그래도 페루 정부에서 관리하는 학교답게 시스템이 어느 정도 짜여진 꼬아르와는 달리, 벨라운데 테리는 페루 공립 학교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곳이다. 수업 중 교실에서의 군것질, 심지어 교실에 개가 들어올 정도로 어수선한 학교 분위기, 다소 의욕이 떨어지는 학생들과 교사들, 그리고 가난해서 하루 벌어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자녀들에게 전혀 신경 써주지 못하는 학부모들.... 갈 때마다 나 역시 안타까움에 마음이 쓰리다.




얼마 전 거기서 내 의욕을 크게 꺾는 여러 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설픈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외국인 교사를 좋아해주는 착한 학생들 덕에 다시 한 번 힘을 내어 나름 최선의 수업 준비를 다하고 코티쳐 이르마에게 내일 수업 관련 자료를 보낼테니 확인해 달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랬더니 이렇게 답이 온 것이 아닌가.





Miss, Saludo a Ud. Los maestros estamos en huelga o paro indefinido.

(Miss, 당신에게 안부 전합니다. 우리 선생님들은 지금 파업 중 혹은 무기한 수업 중지입니다.)



헐, 이게 무슨 소리야.



¿No hay clase en mañana? (내일 수업이 없다고요?) 라고 다시 물으니 Si, hasta nueva aviso. (네, 새로운 공지가 있을 때 까지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Hemos salido a las calles a reclamar nuestros derechos. Esperamos pronta solución para volver a clases. (우리는 우리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거리에 나가있어요. 교실로 돌아올 수 있는 빠른 해결책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라는 말도 함께.





페루는 공립 학교 교사에 대한 대우나 임금이 정말 형편없는 수준이다. 교사들의 월급이 한달에 1000솔 (현 환율 1달러에 3.24솔. 대충 계산해봐도 40만원이 안된다) 남짓 번다니 말이 되는가. 아무리 이곳이 물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개발도상국가라고 하지만, 이 돈으로 과연 어떻게 생활이 가능한지 궁금할 지경이다. 방금 페루 RPP 라디오에서 들어보니, 단순 식비 정도만 계산해도 4인 가족 기준으로 평균 580솔 정도가 들어간다고 하는데, 이외에 들어가는 생활비는 또 얼마나 많겠는가. 게다가 평생을 교사로 근무하다 퇴직해도 한달 연금이 350솔 정도라고 한다. 100달러가 조금 넘는 돈이니 우리나라 돈으로 11만원 정도 되려나. 아이고, 이 곳 페루 교사들의 애환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주 근무학교인 꼬아르의 경우는 정부 및 교육부가 관리하는 국립학교이고, 자체적으로 엄격한 선발 결과를 거쳐 교사를 선발하는지라 월급이 다른 공립학교보다 훨씬 많은 편이라 파업에 참여하지 않으므로 이 글에서는 다루지 않는다.)





세계적 관광지인 쿠스코 지방의 마추픽추 가는 길목도 파업 중인 교사들에게 막혀있다. 시위 및 파업이 한참 진행중인 현재 이쪽 관광이 불투명하다고 한다.


이렇게 페루 전국적으로 파업이 진행중이다. 파업 및 무기한 정지 6일 중.



우선적으로 교사에 대한 대우(임금 수준 포함)가 좋아야 교사들이 자기 직업에 긍지를 가지고 의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교육 선진국으로 유명한 북유럽 국가들을 봐도 그러하다. 하지만 이렇게 교사에 대한 대우가 별로이니 - 어떻게 보면 교사들도 인간인 이상 이렇게 삶의 여유가 없고 작은 임금에 쫓기다 보니 상대적으로 교사라는 직업에 대한 의식이나 책임이 덜 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우리 파견 동기 선생님들이 나가 있는 다른 남미 (브라질 등) 국가들도 비슷하다고 한다.


꼬아르 4학년 학생들과 장래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페루 학생들은 미래에 아무도 교사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한다. 정말 할 게 없으면 하는 기피 직종이라고. 그러면서도 학생들은 이 직업의 중요성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도 이 현실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이곳에서도 교육을 미래를 바라보는 사업이라고 지칭하는데, 그런 "교육" 이란 기둥이 바로 설 수 있는 "정책" 이란 반석이 중요한 시점이다.






그나저나 이렇게 준비한 내 수업은 언제 재개가 되려나.



근데, 내일 수업 할 거 스페인어 대본까지 쭉 짜가지고 정말 열심히 준비했는데 - 개인적으로는 맥이 쭉 빠진다. 뭐 그래도 이렇게 의도치 않게 얻은 휴일. 몸 컨디션도 안 좋은데, 이렇게 오늘은 푹 쉬면서 집안일도 좀 하고 8월에 잠시 한국 들어갈 때 뿌리려고 사둔 선물들도 캐리어에 넣어두면서 정리도 해야겠다. 벨라운데 테리 동료 교사들 및 페루 교사들의 건승을 기원하면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