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을 대중에서 보여주는 방법은 온라인에 작품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거나, 실제 공간에 작품을 전시하는 방법이 있다. 전시의 목적은 작품의 가치를 알아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최대한 많이 작품을 노출시키는 것이다. 유명한 작가의 작품이라면 전시 일정만 알려도 많은 사람이 모이겠지만 학생들의 작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래서 SNS 등에 미리 작품 제작 과정 등을 올려서 전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는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한다. 그러면서 학생들은 홍보부터 전시까지 모든 과정을 배운다. SNS에 올리려면 촬영과 영상 제작이 필요하고, 캘러리에 전시를 하려면 포스터와 인비테이션이 필요하다. 먼저 캘러리 전시와 같은 실제 공간에서 이뤄지는 전시에 대하여 알아보자.
패션 제품의 전시로 가장 익숙한 방식은 패션쇼와 쇼윈도다. 패션쇼는 다음 시즌에 판매할 새로운 제품을 반복적으로 보여주는 레이디투웨어(Ready-to-Wear) 쇼가 대표적이지만 간혹 특별한 이유로 패션쇼의 방식으로 전시를 하기도 한다. 결국 패션 제품은 사람이 입고 사용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사람이 입은 모양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쇼의 형태가 가장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패션쇼의 형태를 영상이나 사진으로 찍으면 온라인 매체에 업로드할 수 있는 콘텐츠가 된다. 또 영상을 전시장에서 반복적으로 상영하거나 쇼윈도에서 의상과 함께 영상을 디스플레이로 사용할 수도 있다. 패션쇼가 아닌 전시 공간에서 전시할 때는 사람이 실제로 입은 모습을 보여주기 힘들기 때문에 마네킹에 옷을 입혀 전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작품의 특성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관람자가 디자이너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를 해야 한다. 패션 디스플레이는 쇼윈도 또는 전시공간에 의상과 함께 다양한 소품을 전시하여 그 시즌에 브랜드에서 제안하고 싶은 테마를 설명하는 것이다. 학생 작품을 전시할 때도 작품의 콘셉트를 설명하기 위해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디스플레이는 크기와 재료 등에 따라 엄청난 비용이 들 수도 있다. 학생 작품의 디스플레이는 학생들이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아이디어를 짜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나는 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택하길 바란다. 사실 학생들은 대학교 캠퍼스에서 전시를 하는 것이 가장 쉬운 평범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캠퍼스에서 전시를 할 수 있는 것은 학생 신분일 때만 가능하다. 그리고 학교 밖에 장소를 선택하더라도 학생이라고, 과제라고 사정하면 비용을 들이지 않거나, 공공장소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할 수 있다. 나는 비밀처럼 모든 것이 가능한 마법의 신분 '학생!'을 이용하라고 알려주지만 학생들의 가슴에 와닿지는 않는 듯하다.
디스플레이는 대략 세 가지 정도의 방법이 있다. 하나는 평면적인 방법이다. 이것은 그림을 그리 듯이 작품을 포함한 디스플레이가 하나의 장면으로 보이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 그림을 작품 뒤에 걸거나 벽면에 콘셉트를 설명하는 컬러를 칠하거나 텍스트나 문양, 등등을 붙일 수도 있다. 평면적인 방법은 즉각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 좋다. 하지만 어떻게 콘셉트를 해석해서 이런 작품의 형태가 나왔는지를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하다. 평면적인 방식보다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은 입체적인 디스플레이다. 작품을 공중에 띄우거나, 의자 앉히거나 침대에 뉘어서 장면을 표현하고, 바닥을 깔고 벽과 창문도 설치해서 입체적으로 콘셉트를 표현한다. 연극 무대처럼 보이는 입체적인 방식은 스토리 전달에 효과적이다. 가장 적극적으로 콘셉트를 표현하는 방식은 움직이거나 동영상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빔을 이용해 영상을 상영하거나 연무기(煙霧機)를 이용해 안개를 만들 수도 있고, 선풍기로 바람을 일으켜 옷이 흔들리게 할 수도 있다. 동적인 방식은 순간적으로 패션쇼와 같이 강력한 효과가 있지만 전시기간 내내 같은 효과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운영 계획과 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장비 대여 등 비용도 많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강력한 효과가 때문에 작품이 묻히는 경우도 있다.
나는 오프라인 전시를 위해 작은 미니어처를 제작하게 한다. 공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학생들이 디스플레이가 전시공간에서 어떻게 보일지 알아보기 위해서는 미니어처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3D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도 있지만 전공분야가 아니어서 표현에 한계가 있다. 따라서 우드락으로 전시공간 모형을 만들고, 그 안에 마네킹에 입힌 작품 사진을 프린트해서 배치하고, 소품들과 벽 디스플레이도 만들어서 배치해 보면 공간이 어떻게 보일지 감이 잡힌다.
가장 중요한 것은 관람자에게 작품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전시장을 돌아보는 사람들은 매우 짧은 시간에 전시를 본다. 그리고 발길이 가는 데로, 시선이 닿는 데로 작품을 본다. 따라서 어떤 순간에 어떻게 작품을 보게 할 것인지 계산해 보고 동선을 짜야한다. 학생들은 작품의 완성도에 최선을 다하지만 작품은 실제로 사람들이 입지 않는다. 그래서 세탁을 고려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관람자들은 작품을 까뒤집어 보지도 않는다. 그래서 보이는 부분에 더 많이 신경을 써서 제작하고, 탈색이나 장식의 탈락을 걱정하기보다는 효과적으로 콘셉트를 표현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제작한다. 전시장에 들어온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면서 전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동선을 짜고 시선을 끌고 다닐 수 있도록 조명을 설치한다.
최선을 다해 전시를 하지만 결국 남는 건 사진뿐이다. 그래서 전시 과정부터 완성된 전시장의 모습, 디스플레이된 작품을 사진으로 남기라고 얘기한다. 하지만 아무리 강조해도 전시를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사진을 잘 찍지 않는다. 그래서 마지막 과제로 포트폴리오를 내준다. 그렇게 하면 그나마 포트폴리오를 위한 사진을 챙기게 된다. 다음은 온라인에 개제할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영상과 촬영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