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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Feb 11. 2021

기후변화와 세대갈등

어떻게 하면 툰베리가 옷가게에 갈 수 있을까?

새해 벽두부터 '툰베리'가 '더 이상 옷을 사지 않겠다!'라고 선언했다는 기사를 봤다. 2019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기후행동 정상회의' 연설로 유명해진 툰베리는 비건이며, 항공기를 타지 않고 있다. 세계 최고 국제기구인 유엔에서 10대 청소년인 툰베리의 주장에 무게를 두는 것은 현재 대두되는 기후 문제가 청소년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툰베리는 망가진 지구의 미래를 살아가야 하는 청소년의 입장에서 환경문제를 대변한다. 저명한 환경운동가들과 과학자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해법을 찾기 위해 밤낮으로 비행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동안, 툰베리는 작은 요트를 타고 바람에 의지하여 2주 동안 항해하여 대담 장소인 뉴욕으로 갔다. 툰베리의 행동에 사람들이 호응하는 이유는 상황을 사실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대응하여 진실되게 행동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옷을 사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그럼 의류산업은 중단해야 하는가?

          

코로나 사태가 해를 넘어가고 있다. 청소년들은 그들에게 가장 화려한 시절을 코로나와 싸우면서 보내고 있다. 코로나 사태는 이미 이전부터 시작되었던 기후 문제를 더욱 부각했다. 현재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대하여 우리나라 청소년들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기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하여 청소년이 성인보다 2배 높게 체감한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청소년들은 평생 동안 지구의 기후변화를 겪었으며, 인생의 황금기를 코로나로 망쳤다. 그러니 현재 상황에 대한 분노와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욱 클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은 모든 세대에서 느끼고 있지만 세대 간의 입장은 조금 다른 것 같다. 청년세대는 기후 문제의 원인을 제공한 기성세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자각하고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요구한다. 기성세대는 산업발전시대를 거치면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며, 지금까지 인간의 실수로 저질러진 사건들이 약간의 희생을 치르고 나면 해결되었던 것처럼 이번에도 열심히 노력하면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기성세대가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태도와 방식에 대하여 청년세대는 그다지 신뢰하지 않는다. 기후 문제를 바라보는 세대 간의 입장 차이와 해결을 위한 의지의 차이는 세대갈등의 또 다른 요인이다. 현재 기후변화 문제는 기성세대가 저지른 사건이다. 미래 세대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일으킨 현세대의 행동을 거대한 범죄로 여길 것이다. 기성세대는 책임지고 기후변화와 환경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는 선진국들의 대처가 가장 적극적이며,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의견도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러나 우리나라 기성세대는 아직도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노력을 세계 정치 경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선진국들의 이해에서 비롯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글로벌 브랜드의 기후변화 해결을 위한 노력도 글로벌 경제를 주도하고 자국의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하거나 브랜드의 마케팅으로 생각하는 기성세대가 많다. 특히 국내 의류 산업계가 기후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은 글로벌 시장에 얼마나 영향을 받는지에 따라 확연히 다른 양상을 보인다. 글로벌 브랜드(글로벌 패션 브랜드는 모두 선진국의 브랜드다)와 거래하는 기업들은 그들의 요구에 따라 이미 기후 문제에 대처하는 새로운 생산방식에 익숙해져 가고 있다. 하지만 국내 영업을 위주로 하는 국내 의류기업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가 미온적이다. 국내 소비자들은 아직 기후변화에 대하여 그다지 민감하지 않고, 더구나 의류 제품을 기후변화와 연결하여 생각하지 못한다. 또한 중장년층을 소비자로 영업하는 국내 의류 브랜드들은 재활용이나 동물보호를 마케팅으로 사용하는 것조차 판매에 특별히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오히려 재활용 소재나 가죽 대체제를 사용하면 품질이 떨어지고 비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국내 젊은 세대들의 구매력이 상승하여 시장을 주도하게 되면 국내 브랜드들도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을 찾지 않고는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의류산업은 항공산업에 이어 2번째로 탄소 배출이 많이 산업이다. 의류산업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또한 의류산업이 사용하는 물의 양은 농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산업 용수 오염의 20% 이상이 섬유 가공과 염색에 의한 것이다. 이런 사실을 소비자들도 알게 될 것이며 서서히 의류 제품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다. 이전에 오가닉과 천연소재를 선호한 이유가 개개인의 건강을 위한 것이었다면, 재활용 소재, 물 사용과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생산방식, 의류를 위한 동물 사육을 멈추는 것이 인류 전체의 생존을 위한 것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되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의 구매성향도 바뀔 것이다.          


툰베리가 의류제품을 사지 않겠다고 한 이유도 의류산업이 기후변화에 많은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서다. 사람이 옷을 입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좋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 가치가 다할 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의류기업과 소비자가 함께 노력한다면 꽃보다 아름다운 청년 툰베리도 새 옷 한 벌쯤은 살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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