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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Dec 28. 2022

한복은 어느 때, 어느 장소에서 입어야 하나?

요즘 한복을 입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때는 명절 또는 결혼식 피로연 등이다. 예전에는 서양 예복을 입은 권력자와 함께 한복을 입은 배우자가 TV에 자주 보이곤 했다. 이는 서양문화의 충격으로 탈아입구를 외치며 서구화를 추구하던 일본에서 남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사회적 지위가 낮은 여성에게 서양복식보다 전통복식인 기모노를 입혔던 것이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장소로 경복궁이나 한옥마을을 생각한다면, 이건 너무 뻔한 생각이다. 옛날 옷이 옛날 집과 어울리 것은 당연하니까!

한복이 어떤 장소, 어떤 상황에서 어울리는지 알기 위해서는 한복의 형태가 어떤 목적을 위해 설계되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한복의 바지저고리는 속옷 이면서 노동복이다. 사실 모든 옷은 인간의 활동을 보완하기 위한 노동복이다. 하지만 한복은 조금 특이하다. 한복은 말을 타기 위해 고안된 바지 중심의 복식에서 농사를 짓기 위한 노동복으로 변화한 복식이다. 농사나 밭일을 하는 민족의 복식 구성은 치마, 저고리 또는 저고리만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중국의 '한푸'나 일본의 기모노 원형인 '고소데'가 대표적이다. 한복은 말을 타던 북방 민족이 한반도에 정착하면서 농사를 짓기 편한 복식으로 발전했다. 노동을 위한 옷은 거추장스럽지 않고 활동이 편하게 부리가 좁아야 한다. 그래서 바지에는 데님을 매고, 소매는 좁아졌다. 고대 옷은 팔의 움직임을 위해서 소매 부리가 매우 넓었다. 넓은 소매를 갖고 있는 기모노가 좁은 소매라는 의미의 '고소데'라고 불리는 것을 보면 한복의 둥글게 좁아진 소매는 고대 복식 중에 드물게 좁은 부리를 갖고 있는, 노동에 적합한 형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농사에는 주머니에 넣을 만한 도구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한복은 군복에서 출발한 서양의 워크웨어처럼 아웃 포켓이 발달하지 않았다. 노동복으로서 한복은 치열한 전투를 위한 복식보다는 평화롭고 여유로운 농사를 위한 형태적 특징을 드러낸다. 

한복은 노동복이라는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바지저고리에 겉옷, 두루마기를 걸치면 외출복이 된다. 각종 경조사와 삶의 마지막에 입는 수의까지 두루마기는 마법처럼 복식의 예를 갖추며 격을 올려준다. 바지저고리와 두루마기, 또는 바지저고리, 치마와 두루마기의 코디는 노동복과 예복을 결합한 절묘한 복식이다. 또한 우리 민족의 유연한 사고를 잘 표현한 대표적인 복식문화이다.

어느 때와 장소에도 바지, 저고리와 두루마기만 있다면 상황에 잘 어울린다. 겉옷을 벗으면 격한 활동이 가능하고, 두루마기를 걸치면 예를 갖춘 옷이 된다. 이것은 서양의 복식과 완전히 다르다.

평화롭고 여유로운 노동복이면서 예를 갖춘 옷!

두루마기는 어느 때나 어느 곳, 어떤 상황에서도 입을 수 있는 완벽한 옷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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