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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Jan 06. 2023

사람들은 왜 유명 브랜드를 좋아할까?


주변 사람들에게 ‘만약 파타고니아의 라벨이 가슴에 붙어있지 않아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파타고니아를 살까?’라고 물으면 모두 아니라고 대답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유명 브랜드 제품을 좋아한다. 브랜드명이 커다랗게 붙어있는 제품을 입고 그 브랜드가 된 것처럼 행동한다. 브랜드는 원래 제품 수준을 보증하는 생산자의 이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제품의 수준보다는 ‘브랜드명’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사람들은 노력과 비용을 들여 얻은 것을 드러내 자신의 능력을 자랑하려고 한다. 특히 후진국에서 막 벗어난 나라에서는 선진국의 좋은 브랜드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특권층의 자부심을 느끼게 해 준다. 하지만 이미 선진국 대열에 올라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해외 브랜드의 ‘브랜드명’에 집착하는 것은 좀 이상하다. 특히 내셔널지오그래픽이나 코닥 같이 패션 전문 브랜드가 아닌 단체나 특정 제품명을 커다랗게 붙이고 다니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  좋은 회사 이름이긴 하지만 그 회사 직원도 아닌데 유니폼처럼 보이는 옷을 입고 싶을까? 혹시 같은 단체명의 옷을 입은 사람을 길에서 마주친다면 동료 직원의 친감함이라도 느끼는 걸까? 도대체 왜 브랜드명에 집착하는 것일까?

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낮은 자기 정체성에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 한다. 개인적인 행동으로 튀는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 '공정'이라는 단어는 옳다는 의미보다는 ‘네가 되면 나도 되고, 내가 안되면 너도 안된다’의 의미가 크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는 각자의 개성과 상관없이 같은 조건, 같은 수준에서 같은 규칙을 지키며 소속된 집단의 일원으로 살아가고자 한다. 그래서 자신의 정체성도 소속된 단체에서 얻으려고 한다. 회사 명찰을 퇴근한 후에도 걸고 다니거나, 중고등학생까지 학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고 다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런 집단 성향의 좋은 점은 집단이 공격받으면 똘똘 뭉쳐 대항한다는 것이다. 월드컵도 임진왜란처럼…… 반대로 자기가 속한 집단과 다른 집단을 공격하고 폄하하고 차별한다.

나는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자기가 어떤 집단에 속하는지 나타내기 위해서는 그 집단 사람들과 비슷한 외모를 갖고 있어야 한다. 패션도 집단을 나타내는 중요한 시그니쳐다. 사람들은 선택한 브랜드가 자기가 속하고 싶은 집단이 선호하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사회가 발전하면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방법도 발전한다. 처음에는 새 옷, 그 다음 단계는 브랜드, 그 다음은 큰 차, 그 다음은 큰 집, 그 다음은 멋진 정원이 있는 집,  그 다음은 취미생활, 충분히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수준 높은 취미, 마지막은 봉사, 미래 가치에 부합하는 기부 등으로 변화한다.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고 하지만 아직은 ‘큰 차’를 사는 수준이다.

우리나라가 진짜 수준 있는 문화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정체성이 높아져야 한다. 가진 돈으로 수준을 따지기 전에 개인의 문화 수준이 높아야 한다. 우리나라가 아직 ‘큰 차’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사회 전반에는 인간이 저지른 환경에 대한 반성과 변화도 느껴진다. 곧 브랜드를 떼고도 파타고니아를 구매할 수준이 되지 않을까?

오리지널 옆에서 더크게, 더밝게 빛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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