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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Feb 21. 2023

우리 열차는~

한국인이 쓰는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

'시원하다!' '섭섭하다!' '시원섭섭하다!!'

상황에 따라 단어들의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고,

'귀엽네!' '괜찮다!' '찝찝하다!'

의미의 범위가 달라지는 경우도 있다.

'대충!' '적당하게!' '거의!'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단어도 이렇게 의미가 다양한데, 우리말을 새로운 용어로 사용해서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경우도 많다.

매일 아침 출근길 전철에서 들리는 안내문구!

'우리 열차는~'

'우리'라는 단어는 정말 신기한 단어다. 우리는 '나'의 복수인데 결국 여러 '너'들을 한꺼번에 일컫는 말이다. '나'와 '너'가 같다는 의미다. '일자'와 '타자'를 동일하다고 설명하는 정말 이상한 단어다. 근데 그 어려운 의미의 '우리'를 막 사용한다. '우리 열차는~'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집단은 어떤 공통점을 일정 기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열차에 탄사람들은 각자 목적지에 도착하면 바로 내린다. 설국열차처럼 계속 열차를 타고 있다면 우리 열차라고 할 수 도 있겠지만 열차를 잠깐 이용한다고 '우리'라고 할 수는 없을 듯하다. 그런데 더 이상한 건 열차의 다른 안내문구는 '우리'와 상관없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승객 여러분~'

'우리'를 사용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면, 아주 가까운 사람들, '우리 가족', '우리 반', '우리 회사' 등과, 평생 보지 않을 수도 있는 사람들이지만 소속감을 갖고 있는 커다란 집단, '우리나라', '우리 민족', '우리 사회' 등으로 구별되는 것 같다. 아주 가까운 사람들, 아주 커다란 소속, 그 중간 어딘가에 속한 집단에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면 좀 어색한 것 같다. 그냥 '이 열차는'이라고 하면 누가 싫어하나? 이런 현상도 너무 관계주의적 발상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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