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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상보 Apr 10. 2023

제품을 대하는 소비자의 관점은 시대별로 어떻게 변했나?

그리고 우리는 왜 두루마기를 입어야 하나?

인간이 인간을 위해 도구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아주 오래되었다. 역사시대가 되면서 손재주가 좋은 사람은 권력자를 위한 장인이 되었다.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진 이후 대중을 위한 디자이너가 탄생하고 많은 종류의 제품이 디자인되었다. 가장 활발하게 제품이 디자인되었던 1950~1960년대의 소비자는 판매자의 신뢰로 제품의 효용성을 확신하고 선택했다. 시간이 흘러 제품의 종류가 포화상태가 되면서 소비자는 비슷한 상품 중에 더 좋은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을 자주 맞닥뜨렸고 브랜드는 자기 제품이 얼마나 전문성이 있는 제품인지 홍보했다. 이 시대의 제품들은 기능성이나 제품의 특징에 대하여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1990~2000년대가 지나면서 소비자는 이미 충분한 제품을 가지고 있었고 제품의 교체를 위해 시장을 바라보았다. 브랜드들은 제품의 탄생 스토리를 이야기했다. 소비자는 제품의 기능과 함께 제품의 스토리를 구매하고 만족했다. 그리고 현재, 훌륭한 제품은 넘쳐나고 가격경쟁도 거의 끝났다. 브랜드는 소비자의 감각을 자극하는 마케팅으로 새로운 감각을 전해주는 브랜드라는 것을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제품들은 그런 분위기 속에서 감각적인 마케팅으로 글로벌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미래의 소비자는 무엇을 원할까?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자신에게 돌아왔다. 자기는 누구이고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제품 구매의 요인도 자신의 정체성과 얼마나 부합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스스로 만족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제품의 선택과 사용을 결정한다. 이제 비싼 명품가방이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지나고 ‘나의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이 필요해졌다. 

우리는 한국인이다. 한국인의 정체성은 스스로 한국인이라고 느끼는 것이다.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제품 중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아이템을 꼽는다면 ‘김치’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 외에 특별한 아이템이 생각나지 않는다. 한국스타일을 뚜렷하게 보여줄 우리나라의 대표 의복은 무엇일까? '을미의제개혁(乙未衣制改革)'으로 관민(官民) 구별 없이 만인의 옷이 된 '두루마기'는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중요한 사건과 함께했다. 안중근 의사가 뤼순 감옥에서 순국할 때 입었던 옷도, 일제에 맞서 3.1 독립운동을 일으켰을 때 한민족이 입었던 옷도,  분단을 막아보겠다는 절실한 심정으로 평양을 방문한 김구도 모두 두루마기를 입었다. '브랜드 두루마기'는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옷을 만들고자 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다면 두루마기 제품 하나쯤은 챙겨서 세계 여행을 떠나기 바라며, 한국의 스타일을 느끼고 싶은 외국인이라면 반드시 두루마기를 사길 바란다. 두루마기는 ‘아무’에게나 제품을 팔지 않는다. 두루마기는 한국의 정체성을 느끼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찾아 그들에게만 제품을 판매한다. 한국인의 정체성은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에게 두루마기는 판매된다. 두루마기가 디자인부터 생산, 판매, 수거, 폐기되는 모든 과정은 친환경적이고, 한국적이며, 한국의 정체성을 견고히 하고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두루마기 2023년 2번째 컬랙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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