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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omadic Kim Dec 25. 2018

#6. 스타트업에 합류한 디지털 마케터의 하루

베를린에서 컨퍼런스 그리고 본사에서 근무하는 동료들과 미팅을 마치고 복귀한 새 회사에서의 첫주는 그야말로 새로움의 연속이었다. 일단 가장 큰 차이점은 출근시간. 싱가포르에 있을 때 출근시간이 오전 8시이고 퇴근은 5시, 회사가 싱가포르의 가장 외곽지역에 있었기에 오전 5시에 기상해서 7시까지는 도착해서 근무를 시작했었는데 반해 여기는 출근시간이 아침10시이다. 출근 시간 15분 전부터 출근하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일반 기업들이 모두 출근하고 나서 출근하는 사람들을 보는 풍경이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 

<근무했던 사무실은 아니지만 느낌이 비슷>

그리고 다른 큰 차이점은 이 회사에서 나이가 많은 사람은 없었다. 본사와 모든 해외 지사들을 고려해도 내가 제일 연장자였다. 회사의 공동대표 둘다 30대 초반이었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20대. 그런 동료들이 모여 일을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거 그 자체가 가히 충격적이었다.




'이런 회사도 있나?'


처음 회사문을 열고 들어가서 직원들이 들어오는 모습을 보는데 아무리 여름이라도 옷차림이 너무 간촐하다는 생각이들었다. 반바지에 나시티, 거기에 쪼리까지.. '대학교 학생들하고 면담할라고 여기에 왔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을 회사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따름이었다.

<사실 이거보다 더 시원한 복장으로 출근한다>

뿐만 아니라, 사무실의 전경은 내가 보왔던 그런 정형화된 모습들과 큰 차이가 있다. 누워서 일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소파, 게임기, 정체를 알 수 없는 디자인의 소품들, 냉장고에 가득찬 맥주(?). 실제로 곳곳에서 캐주얼하게 미팅이 이루어지고 티없이 웃으며 다니는 직원들의 모습이 매우 낯설게 느껴진다. 

<이 정도는 아니었지만 꽤 많은 맥주들이 냉장고 안에 있었다>

회사안에는 공식적인 직책이 있긴 했지만 모든 사람들이 직책으로 서로를 부르지 않고 이름에 '님'을 붙여서 부른다. 나이가 많든 적든 모두 캐주얼 '경어체'를 사용하는 것이 룰이며 이를 어기는 사람은 페널티를 받게 된다. 한국지사는 아시아 본사 역할을 하는 지사로 아시아 지역의 지사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이 때문에 회사의 대부분의 직원들은 '외국인'이었다. 

그러다보니 공용어는 영어였고 회사 직원 모두 당연하게 영어로 소통을 하였다. 이런 이유로 회사의 문화는 싱가포르의 그것과 사뭇 비슷한 점이 있었다. 대부분의 싱가포르 외국계 회사들은 아시아 본사로서 각 지역의 지사들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하는데 이 때문에 해외 마케팅팀의 직원들은 담당 하는 국가에서 합류한 '외국인'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다양성 때문에 회사안에서 싱가포르 고유의 문화에 더해 여러가지가 혼합된 그런 문화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이곳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는다. 한국에 있는 기업들이 갖고있는 특유의 한국문화에 다양성이 섞인 듯한 문화. 싱가포르에서 경험하고 적응해왔던 문화여서 그런지 이런 모습들은 그리 낯설지 않게 보인다.


합류한 회사의 직책은 Head of Korea, 공식적으로는 한국 총괄이라는 직책이다. 직책은 왠지 관리만 해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 스타트업에서 관리직은 관리도 하면서 실무도 해야하는 직책이다. 보통 기업들의 팀장 이상급들이 실무보다는 관리에 치중하는 반면 여기서는 실무 100%+관리100%이다. 


즉, 스타트업에서 관리직은 실무도 관리도 하는 1인 2역의 존재인 것이다. 


디지털 마케팅이 주 업무이다 보니 마케팅관련 실무도 담당하는 한편 당연히 직원들도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인데 문제는 난 디지털 마케팅을 모른다. 10년 가까이 해외영업, 영업관리, B2B 마케팅만 해온 내가 페이스북 마케팅이나, 검색광고,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에 대해서 알턱이 없었다. 정말 부끄럽게도 내가 알던 광고란 TV나 기타 신문, 잡지 광고등 10년전 학교에서 수업시간에 배웠던 광고에 한정되어 있었다. DSP, SSP, CPS, CPA, CPI등 어필리에이트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에 관련된 기본 용어 조차 전혀 모르고 관리+실무를 하라고 하니 첫날부터 머리가 아파온건 당연한 일이었다.

합류했을 당시 회사 매출의  50%가 한국에서 발생하고 있었다. 나머지 40%는 독일, 그리고 10%는 기타 지역에서 발생했다. 즉, 한국 시장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새로 합류한 한국 총괄이라는 사람이 디지털 마케팅에 대해서 아는게 없으니 주변에서 얼마나 답답해 했을까? 하루라도 빨리 내 몫은 해야 겠다는 생각에 닥치는 대로 관련 정보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스타트업치고 상당히 똑똑한 친구들이 많다. 내 편견이었나? 내가 졸업하던 시기인 2000년대 초반에 이렇게 똑똑한 친구들이 벤처나 중소기업에 들어간 경우를 본 적이 있었던가? 우리 때에는 어떻게든 대기업에 들어가겠다고 하던 모습밖에 기억이 나질 않는데 지금 모여있는 동료들을 보니 시대가 변했다는 것이 느껴진다. 아시아 최고의 대학, 유럽의 명문대, 미국, 싱가포르, 캐나다, 중국 등 각 지역에서 최고 대학이라고 불리는 곳을 졸업하고 유럽계 스타트업에 합류해 한국으로 온 젊은 청년들을 보니 정말 격세지감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까? 젊은 나이치고 이 산업에 대해서 꽤 많은 것을 알고 있었고 업무능력도 뛰어났다. 특히 공동 창업자의 경우 흔히 말하는 Super affiliate이기도 해서 디지털 마케팅, 특히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노하우와 지식들을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을 가감없이 알려주는데에 전혀 거리낌이 없었다.


사실 이런 경우는 정말 흔치않다. 기업에서 아무리 친한 동기사이라도 혹은 동료라도 자신이 알고 있는 노하우 혹은 정보들을 시작부터 자세하게 알려주는 일은 꽤 경험하기 힘들다. 더구나 신입도 아니고 경력으로 합류한 사람에게 그런 노하우가 전수되는 일은 정말 드문 케이스다. 싱가포르에서 복귀하고 합류한 한국의 한 기업에서 경험했던 '인수인계' 에서 느꼈던 그런 모욕감과는 차원이 다른 경험인 것이다. 


당시의 디지털 마케팅은 국내에서 관련 자료를 찾기도 매우 힘들었으며 찾았다고 해도 회사에서 배울 수 있는 지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더군다나 가르쳐 주는 사람이 한달에 억대 수입을 올리던 Super affiliate이라면 그 정보의 가치는 책정하기도 힘들정도라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가르쳐 주는 사람이 1시간을 가르치면 3시간을 복습한다는 각오로 매일을 보내게 되었다. 


당시의 나의 하루 스케줄은 다음과 같았다. 


07:00~10:00 그날의 페이스북 광고 집행, SEO 분석, 전날 광고 결과 확인하기
10:00~19:00 일일 업무, 팀원 들과 미팅하면서 팀원들의 업무 파악, 고객사 미팅 등
20:00~23:00 광고와 마케팅 관련 공부, 당일 집행된 국내 어필에이터들의 광고 효율 분석

제조회사의 가장 큰 골치거리가 바로 '판로'이다. 제조사가 가장 고민하는 부분이 바로 판로의 개척이었는데 이는 회사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이다.그런데 이런 제조사들에게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 마케팅이 제조사의 새로운 판로가 될 수 있을 뿐 아니라 기존의 유통채널보다 훨씬 나은 방안이 되는데 이는 어필리에이터들이 컨텐츠를 만들고 광고까지 해주기 때문이었다. 즉, 판로부터 마케팅까지 일시에 해결이 되니 제조사 입장에서는 가장 골치 아프고 비용이 많이 드는 일 두가지를 덜 수 있는 최고의 파트너가 생기는 셈이었다. 

개인의 입장, 즉 어필리에이터들은 제조, 유통, 운송, 보관 등 회사 운영에 필요한 여러 업무를 신경쓸 필요없이 자신이 판매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상품을 선정후 스토리텔링과 광고를 통해 상품을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역할만 하면 되니 마케팅의 전문가로서 효율성, 전문성이 높아지게 되 모두에게 윈윈이 되는 그림이 그려지게 된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서구권에서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은 이미 하나의 유통채널로서 자리잡은 것을 볼 수 있었다. 


일반 회사에 취업하여 사무실 외부에서 업무를 한다는 것은 사실 쉬운일, 가능한 일도 아님을 알 수 있다. 영업이든 마케팅이든 각 팀들은 대게 회사 내부의 다른 팀과 어떤 이유로든 연결이 되어 있기 때문이다. 한 예로 영업은 고객과 상품 판매 계약을 체결하면 업무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상품이 제때 잘 배송되었는지, 상품에 하자는 없었는지, 배로 보내야 되는지 항공으로 보내야 되는지 등 부터 판매 수금이 이루어 졌는지 까지 확인을 해야하며 여기서 연관된 팀들만 해도, 공장 제조팀, 품질 보증팀, 운송팀, 자금팀, 등 수많은 팀들과 업무적으로 연결되어 있어 필연적으로 수많은 회의에 참석해야 되는 일이 생기기 때문에 사무실 밖에서 업무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되는 것이다.

반면에 어필리에이터들은 이런 부분에서 매우 자유롭다. 위의 모든 업무들은 제조사에서 하고 상품을 큐레이팅해서 공급하는 역할은 어필리에이트 네트워크에서 담당하니 본인들은 스토리텔링을 할 수 있는, 광고를 할 수 있는 상품을 선정하고 진행을 시키면 되는 것이었다. 즉, 여타 일에 신경을 안써도 되니 업무의 자유도가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높다는 것이 이 일의 장점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디지털 노마드'라는 개념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찾아 온 '자유', 사실 자유를 외쳐온 모든 순간에 내가 원하는 자유가 정확히 어떤 그림인지 알 수 없었다. 한때는 해외를 자유롭게 다니며 고객들과 접점을 찾아가는 일이 자유라고 생각하기도 했고 때로는 사업을 통해 나만의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고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을 자유가 아닐까 라고 상상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내가 어떤 자유를 정확히 원하는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내가 보는 저 '디지털 노마드'들의 삶, 그리고 그들의 삶에 녹아 있는 '자유'가 내가 그토록 찾아 왔던 그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회사에서의 시간은 '내가 갖고 있는 기회와 시간에 대한 낭비는 아니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이게 내가 찾는 기회라면 반드시 잡아야 했다. 그 시작은 일단 어필리에이트 마케팅에 대한 이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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