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 digital nomad의 시작 (2)
2. 미얀마
필드 트립으로 왔었던 미얀마를 출장으로 와보면 조금 더 색다른 느낌이 든다. 필드 트립때에는 미얀마의 현상을 보고 왔다면 출장에서는 미얀마의 가능성을 보게 된다. 올때마다 느끼지만 미얀마는 보기와는 다르게 내부에서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친다. 미얀마의 해외파 로컬 유학생들이 해외에서의 경험을 토대로 고국으로 돌아와 자신의 사업을 하면서 높은 Quality의 Job을 창출하고 있는 모습 및 향후 가능성을 보고 여러나라(유럽, 아시아, 미주 등)에서 몰려와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면서 미얀마 사람들과 같이 성장하는 모습을 확인할 때 마다 아시아의 강한 역동성을 느끼게 된다.
미얀마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매우 부족한 편이다. 전기는 안정적이지 않으며 빠른 속도의 인터넷은 꿈도 꾸기 힘든 형편이다. 마지막으로 방문했던 2014년까지도 4성급 호텔에서 해외에 전화하는 것마저 안정적이지 않아 본사와 연락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니고 있던 일본계 회사의 싱가폴 아시아 본사는 주기적으로 직원을 파견하여 미얀마 현지 시장조사를 게을리 하지 않았다.
현지 조사를 마치고 호텔에 복귀하여 회사의 상무님과 간단히 맥주를 하던 어느날 상무님은 조만간에 미얀마나 혹은 라오스 쪽에 1~2년안에 지사를 낼 계획이 있다고 말씀하실 정도로 당시에 비지니스 차원에서 이 지역에 대한 관심은 대단했다. 제조사가 인건비에 민감하기 때문에 많은 글로벌 기업들의 해외 공장이 1990년대 및 2000년대 초에 중국으로 이전을 했었고 2010년 언저리에 베트남 및 기타 국가로 이전했다면 2020년 경에는 미얀마 나 다른 지역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3. 인도네시아
매월 최소 1번은 방문했었던 인도네시아. 가기전에는 시장 규모 때문에 상당히 많은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이와 매우 동떨어져 있었다. 전자 산업의 경우 삼성과 엘지의 위상이 높아질대로 높아져 있는 상태이며 한국 1,2차 벤더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이 기업들로 부터 오더를 받아야 했지만 이 기업들의 큰 공장들은 베트남에 있었고 인도네시아 투자는 좀처럼 이루어지지 않았었던 관계로 인도네시아에서의 사업은 상당히 위축되어 있었고 현지 직원들의 근심은 꽤 컸었다. 본사에서도 매월 영업실적 회의시 인도네시아 시장의 가능성을 상당히 낮게 판단했을 정도이니 직원들의 근심도 이해는 되었다.
비지니스의 역동성은 다른 국가들에 비해 낮았던 반면에 생필품 외에 사치품 혹은 미용상품에 대한 현지의 시장규모는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또한 도시역시 발전을 거듭하고 있어 자카르타의 10년후 모습은 여타 다른 아시아 주요 도시들과 견주어 손색이 없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4. 싱가포르
애증의 도시. 주변 사람들이 내가 싱가포르에 산다고 하면 '너무 좋은 나라에 살고 있어 부럽다'라고 했지만 솔직히 살고 있을 때는 전혀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도시 국가인 싱가포르는 정말이지 너무 작다. 전체 면적이 우리 나라 서울 면적보다 조금 크다고 하니 어느 정도 크기인지 감잡기가 어렵지 않다. 기본적으로 살인적인 자동차 가격 때문인지 아니면 도로 곳곳에 있는 ERP (도로 통행 세금 같은 것)때문인지 러쉬아워를 제외하고는 도로에 차들이 별로 없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로 끝에서 반대편 끝까지 30~40분이면 도착한다는 것은 이 나라의 크기를 대충 짐작하게 해준다. 요는 갈곳이 정말 없다. 1년정도는 매일이 휴가 같았을 때도 있었지만 2년이되고 3년이 되면 정말로 지겨워 진다.
물가는 살인적인다. 자동차는 언감생신 꿈도 못꿨다. 기본이 10만불이고 이마저도 10년 밖에 사용이 안된다. 뿐만 아니라 주거는 콘도라면 4인가족인 살 만한 집은 기본이 3500불에서 시작이고 접근성이 좋은 콘도의 경우 4000~5000불은 생각해야 될 정도이다. 학비? 공립학교에 들어간다면 모를까 국제학교를 보내기로 생각한다면 연봉이 10만불 수준으로는 어림도 없다. 다행히 그 외에 생활비는 외식비를 제외하곤 한국보다 싼편이라 최소한도로 살면 그럭저럭 살 순 있지만 한국보다 조금 높은 수준의 연봉으로 한 가족이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살인적인 물가, 지겨운 일상이었지만 단연코 이곳은 내게 제 2의 고향이 되었다. 좋은 사람들 좋은 동료 좋은 직장, 워라벨 등 단점은 뚜렷했지만 장점역시 뚜렷했기에 싱가포르를 떠나기로 결정한 그 전날까지 심각하게 왜 떠나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을 했을 정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