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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ngchun Kim Mar 27. 2017

몇년 사이 예쁜 말들이 떼로 망가져간다. 고스란하던 단어들이 망가지는 모습이 안타깝다.


청춘

열정

공감

위로

소통

힐링


얼마전까진 모두 곧고 자족한 단어들이었다.


열정이라는 예쁜 말은 이제 입에 담는 것조차 부끄러울 지경이 됐다. 사람들은 이 말이 필요해도 쓰지 않고 '노오오력' 같은 희화한 단어로 대신한다. 그만큼 열정이라는 말이 우스꽝스러워진 것이다.


패턴은 늘 똑같다. 말하기 좋아하는 자가 나서서 단어를 타겟팅한다. 나머지가 일제히 일어나 단어의 의미를 맹렬히 소모시킨다. 순식간에 단어의 힘을 빼앗는다.


숨통을 끊는 건 출판사와 서점의 몫이다. '어쩌고저째야 청춘이다' 식의 조잡한 제목이 찍힌 종이가 뒤덮이는 걸 보고 나면, 이제 그 예쁘던 단어는 꼴도 보기 싫어진다.


야생 생태계는 인간의 욕심이 개입할 때 급격히 망가진다고 한다. 인간은 늘 곧고 힘 센, 그러므로 상품가치가 높은 최강자를 골라 사냥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적자생존의 오랜 회전은 무참히 끊기고 만다.


언어 생태계도 지금 비슷한 상황인 것 같다. 귀한 단어들이, 그러므로 상품가치가 높은 단어들이 차례차례 죽어나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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