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000
몸도 마음도 지쳐서 앓고 난 후 이제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지난 십여년간 내가 살아온 방식에 후회나 불만은 없다. 하고 싶은 것들을 그야말로 실컷 해왔고, 몰입은 좋은 결과로 이어져왔다. 누구도 나에게 이래라 저래라 훈수 두지 않았다. 아니 언젠가 누군가 그랬던 것도 같지만 듣는 순간 흘려버려 기억이 나질 않는다.
눈치 보지 않고 살아왔다. 그리고 치사하게 살지 않았다. 그래서 온전히 내 거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을 갖게 됐다. 후회나 불만이 있을 리가. 오히려 시키는대로 안 하고 개기면서 산 게 무척 만족스럽다.
그런데 최근 삶이 삐그덕거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외로움을 타는 건가 싶었는데, 그런 게 아니었다. 끝내는 형편없이 지쳐서 앓고 난 후에 이제까지 살아온 방식을 더 이상 지속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뒤를 쓰다보니 2시간 넘게 이야기가 이어져 그만둔다. 구질구질한 이야기는 집어치우고, 요지만 말하면 이렇다.
자유롭고 즉흥적으로 살아온 삶의 방식을 버리고 당분간 계획과 규칙에 맞춰 살아보기로 했다. 목표와 페널티는 아래와 같다.
1. 매일 아침 6시 30분에 일어난다
- 일어나기 위해 자는 시간도 엄수한다. 밤 10시에 알람이 울리면 씻고 브런치에 허물고 다시 쌓기 경과보고를 올린 후 11시 이전에 눕는다. 할일을 다 했다면 일찍 자는 것은 상관 없다. 금,토 저녁엔 자유롭게 하되 주말에도 최대 9시간 이상은 자지 않는다.
- 못지킬시 페널티 : 다음 이틀간 집에 못 들어간다. 이틀간 회사 근처 게스트하우스나 찜질방 등에서 잔다. 만약 이때도 못 지키면 집에 못 가는 기간은 계속 늘어난다.
2. 삼시세끼 먹는다
- 칼로리발란스나 선식 등의 대용식도 인정한다. 정 안되면 초코파이라도 하나 사먹는다.
- 못지킬시 페널티 : 가급적 다음날, 늦어도 그 주 안에 못 먹은 끼니만큼 추가로 먹는다. 이때 다시 어기지 않기 위해 먹어야 할 시간에 알람을 맞춰둔다. 만약 그 주 일요일 밤까지 못 먹은 끼니가 있으면 벌금 10만원을 엄마 용돈계좌로 보낸다.
3. 매일 30분 이상 운동한다
- 가급적 매일 최소 주 5회, 일 30분 이상 운동한다. 정 바쁘면 일과중 8층 이상 계단을 오르는 등의 토막 운동도 인정한다. 걷기와 스트레칭은 운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우천시엔 실내시설을 이용하고, 여의치 않을 시 집에서 팔굽혀펴기/윗몸일으켜기/스쿼드를 각각 2세트 이상 한다.
- 못지킬시 페널티 : 주 5회를 채우지 못하면 벌금으로 10만원을 엄마 용돈계좌에 보낸다.
4. 주말중 하루는 밖에 나가 사람 만나기
- 토/일 중 하루는 반드시 사람 혹은 사람들을 만나 같이 뭔가를 하고 대화한다. 자주 연락하지 않았던 사람들에게도 연락해보자. 밋업 같은 모임도 다녀본다. 다른 사람들의 즐거움이 뭔지, 고민은 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심 갖고 들어본다. 감당 안될 정도로 바쁘지 않으면 평일에도 가급적 사람들 만나는 자리는 피하지 않는다.
- 못지킬시 페널티: 벌금 10만원을 엄마 용돈계좌에 보낸다.
5. 주변 환경 정갈하게 유지하기
- 허물고 다시 쌓기 중이라는 걸 상기하기 위해 환경을 정갈히 유지한다. 주변정돈 뿐 아니라 몸의 청결과 자세도 포함한다. 바로 고칠 수 없는 오래된 습관은 당분간 페널티 없이 그때그때 상기하고 조금씩 고쳐나간다. *주말에 쉴 때 등 예외인정항목.
- 못지킬시 페널티: 그날 혹은 다음날 한 끼를 더 먹는다. 간단한 식사 대용 음식이나 스낵도 끼니로 인정한다. 만약 페널티도 못 지키면 벌금 10만원을 엄마 용돈 계좌에 보낸다.
6. 눈치보지 않고 내가 믿는 가치에 집중하기
- 어디서든 누구와든 눈치보지 않고 내가 믿는 일을 한다. 쓸데없이 두려워하지 않기 훈련을 한다.
- 못지킬시 페널티: 그날 혹은 다음날 한 끼를 더 먹는다. 간단한 식사 대용 음식이나 스낵도 끼니로 인정한다. 페널티를 못 지키면 벌금 10만원을 엄마 용돈 계좌에 보낸다.
- 경과는 매일 밤 11시경 브런치에 보고한다.
- 매주 일요일마다 한 주간의 결과를 정리해 페북에 공개한다.
- 중간에 매거진을 지우는 등 중도포기 할 수 없다. 지키지 못 한다면 실패들을 100일간 보고한다.
- 항목은 상황에 따라 추가/조율/삭제될 수 있다.
- 중대한 가정사 등 피치 못할 사정이 있을 때는 예외를 적용할 수 있다.
목표는 일단 100일.
2016년 3월 7일 월요일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