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도 언어일까.
DNA 다발은 성향이나 재능같은 것들을 기록한 문장일까.
어떤 창의적인 문장을 쓰면 털 색깔이 다른 돌연변이가 나오는 걸까.
우리는 모두 다른 문장일까?
그랬으면 좋겠다. 세상에 나쁜 문장은 없기 때문이다. 어떤 문장의 가치와 쓰임을 결정짓는 요소는 배치 뿐이다. 어떤 문장 옆에 어떤 문장이 오느냐. 그 원리에 따라 비굴한 변명이 되기도 하고 아름다운 시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희망적이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조금 엉성한 문장이지만, 나도 언젠가 내가 필요한 자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어울리는 문장들 사이에서 나의 배치를 마치면 그 편안함 속에서 제법 괜찮은 이야기의 한 문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